[ 핀란드 ''버섯 닭가슴살 요리'' ]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만난 리트바 트루넨 주한 핀란드대사 부인의 첫 인상은
차가운 편이었다.

결코 반가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인상마저 받았다.

환대는 아닐지라도 외교관 부인으로서 건넬 수 있는 "인사치레"를 기대했던
것은 욕심이었다.

트루넨 여사와의 첫 만남은 이렇듯 어색함과 섭섭함속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트루넨 여사는 조금씩 바뀌었다.

음식을 소개하는 중간 중간 얼굴에 미소도 떠올렸다.

핀란드인들의 성격이 원래 이렇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온순하지만 사교성이 다소 부족한 편이라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일정한 간격을 둔다.

그러나 일단 마음이 통하면 세밀한 것까지 신경을 써주는 자상함을 보인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 준 메뉴는 버섯 닭가슴살 요리였다.

핀란드인들이 평상시 집에서 즐겨 해 먹는 음식이다.

조리방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먼저 버섯,파 등을 썰어서 버터를 입힌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닭가슴살에 칼집을 내고 사이 사이에 준비한 버섯, 파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달군 후라이팬에 버터를 녹여 닭가슴살을 구워 내면 된다.

맛은 핀란드인의 성격 만큼이나 담백하고 꾸밈이 없었다.

버섯향과 즙이 푹 배어 닭가슴살의 퍼석퍼석함이 덜 느껴졌다.

트루넨 여사는 "버섯 닭가슴살 요리는 한국인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요리인 것 같아 소개했다"며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꼭 컬러쿠코를
맛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컬러쿠코는 빵에 생선과 돼지고기를 넣어 구워낸 것으로 핀란드의 대표적
전통요리이다.

서울에 온지 3년이 됐다는 트루넨 여사는 한국 요리중에는 맵지 않은
것이면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목이 불편해 한국음식의 독특한 매운 맛 앞에서는 항상 두손을 들어야
하는게 안타깝기만 하단다.

그렇지만 한국을 떠나기 전 김치는 꼭 한번 먹어볼 생각이다.

그래야만 본국에 돌아가 친구들에게 한국 이야기를 자신있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루넨 여사는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지나치게 짜고 매운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게 좋다는 따뜻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음식을 맛보고 이야기하는 사이 처음의 어색함은 봄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버섯 닭가슴살 요리가 이방인간에 놓여 있던 거리를 그만큼 좁혀준 셈이다.

배웅 나오면서 트루넨 여사는 다음에 꼭 다시 초대해 칼라쿠코를 선보이겠다
고 거듭 약속했다.

< 김수찬 기자 ksch@ked.co.kr >

-----------------------------------------------------------------------

[ FOOD & CULTURE ]

사우나와 맥주.

핀란드에서 이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마디로 찰떡궁합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를 무척 즐긴다.

인구 5명당 1개꼴로 사우나가 있다.

사우나가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집을 새로 지을 때는 사우나실부터 설계할 정도이다.

핀란드 사우나는 증기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을 욕실 중앙에 피워서
그 열기도 함께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달군 돌에 물을 뿌려 증기를 발생시키는 것이 가장 오래된 방식이다.

아직까지 시골에서는 이런 방식을 채택한다.

핀란드인들은 손님을 사우나에 초대하는 것을 최고의 대접으로 생각한다.

초대받으면 주인과 주인의 가족들과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당황해
할 필요는 없다.

사우나 방법은 우리와 비슷하다.

옷을 벗고 샤워로 몸을 씻은 다음 사우나실로 간다.

대개 2단인데 위쪽이 온도가 높다.

사우나실로 갈때 잊지않고 들고 가야 하는 게 있다.

바로 맥주다.

사우나 파티 때는 탈의실에 맥주를 수북히 쌓아 놓기도 한다.

한병씩 들고 사우나실로 들어간다.

알코올은 혈액순환을 도와 땀 노폐물 등을 빨리 배출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핀란드인들이 사우나 때 맥주를 마시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