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실제 주인 몰래 매각한 사람은 물론 이를 알면서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도 횡령죄로 처벌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27일 실소유자의 허락 없이 명의신탁
된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모(53.농업) 피고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횡령죄를 적용,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향 친구로부터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김모(42.노동)씨는
이미 지난해 11월 대전지법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동산을 실소유자로부터 명의신탁받은 사람이 이를
임의로 처분했다면 남의 물건을 마음대로 팔아치운 것과 같이 횡령죄가
성립한다"며 "피고인은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도 명의수탁자의 횡령행위에
적극 가담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만큼 공범으로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판시
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1995년 7월부터 시행된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명의신탁제도가 무효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소유관계가
명백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실소유자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러나 "처음부터 다른 사람 앞으로 등기해 둔 부동산이나
자신이 직접 건축하지 않고 제3자로부터 사서 명의신탁해 둔 건물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임의처분했을 때 횡령죄가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땅의 소유자 K씨는 지난 96년 충남 서천에 건평 1백45평짜리 조립식
건물을 지은 뒤 세금이 많이 나올 것을 염려해 친구인 김 피고인 앞으로
건물 등기를 해두었다.

그러나 김 피고인은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던 조 피고인에게 이 건물을
1억5천만원에 팔아넘겼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