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가하락과 금융불안 ]

국제금융시장에 또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주말 다우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만 포인트가 붕괴됐다.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 증시도 불안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위안화 절하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 상태에서 세계주가 하락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거 세계경기 회복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주도했다.

반면 지난해 이후 세계경기 회복은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소득 증가로
민간소비가 늘어난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주가 하락은 세계경기 둔화를 의미한다.

그런 만큼 이번주는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현안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미국 주가의 향방이다.

지난주말에 발표된 4.4분기 성장률이 6.9%에 달했다.

미 연준리(FRB)가 생각하고 있는 잠재수준인 3~3.5%를 두배 정도 상회하고
있다.

현재 미국 국민들의 자산소득 비중, 소비성향을 감안할 때 다우지수가
8천~8천500포인트선까지 떨어져야 GDP갭(실제성장률-잠재성장률)으로 인한
인플레 요인을 해소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 연방기금금리(FFr)가 최소한 0.5%포인트 이상 올려야 주가를
이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물론 실제로 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다우지수가 이 수준으로 떨어질
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난해 6월말 이후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해 왔으나 주가하락을 통한
인플레 예방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당혹스러워진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에 잦은 말바꿈으로 신뢰마져
떨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럴 때 일수록 투자가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진다는
점이다.

이번주에 다우지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연유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첨단주식이 여전히 금리인상 우려에 안전지대임을
감안하면 증시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처럼 동조화 추세로 특징지워지는 시대에 있어서는 여타국 증시도
동일한 운명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고 있는 국내 증시가
문제다.

98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다우지수와 종합주가지수와의 상관계수는 "1"에
가깝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런 상황에서 개도국들은 금융정책상에
커다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개도국들은 자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통화 가치를 절상시켜야 한다.

우리처럼 금리변경에 주저할 경우 국제수지 악화라는 커다란 비용을
치르게 돤다.

선진국중에서는 미일간의 금리차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한차례만 올린다 하더라도 양국간의 금리차는
6%포인트에 달한다.

이 경우 현재 양국의 자산수익률을 감안할 때 엔화 표시자산에 대한
투자메릿은 거의 상실된다.

그 결과 일본내 자금이 이탈되면서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일본기업의 엔화 송금이 늘어나면서
엔화 약세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후 엔화 약세가 가시화되면 아시아 국가의 수출에 타격을 주면서 위안화
절하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국이 자국의 경제안정을 위해 금리인상과 주가거품을 제거해 나간다
하더라도 최근처럼 세계경제가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는 여타 국가들은 더 큰
타격을 받는다.

1929년 당시 세계를 주도한 영국과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무역장벽을 침에 따라 세계경제가 대공황에 빠진 것이 좋은 사례다.

바로 이 점이 이번주에 전세계인들이 불안에 떨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보는 것도 이런 연유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