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대붕락은 시작됐는가.

미국 증시의 간판 지표인 다우존스 지수가 지난 주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10,000선 밑으로 추락, 작년 4월6일 이후 10개월 보름여 만에
다시 ''네자릿수''로 주저앉았다.

다우 지수는 특히 지난 1월14일의 사상 최고치(1,1722.98)이후 불과 한달여
만데 16%나 수직 하강했다.

월가 전문가들이 단기 조정장세의 하한선으로 여기는 하락폭 10%를 훨씬
뛰어 넘어 ''붕괴''로 보는 20%의 낙폭에 거의 근접해 있는 상태다.

게다가 다우 지수는 지난 7일간의 거래일에 6일에 걸쳐 하락행진을 했다.

이런 와중에 상징적으로 중요시됐던 ''D10K''(다우 지수 10,000)의 벽이
허물어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주가 하락세가 한결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증시의 한편에서는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풍경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바로 ''기술, 바이오테크, 텔레콤''을 테마로 하는 첨단주식들의 대약진이다.

주말인 25일 첨단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가 다른 지표들과 함께 하락하기는
했지만 전날인 24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신바람나는 상승가도를
여전히 질주중이다.

지난 한 주일 동안 대형 우량주 위주의 다우존스 지수돠 증시 대표성이
가장 강한 S&P500지수가 각각 3.5%와 1%씩 뒷걸음질친 반면 나스닥지수는
4.1% 뛰어오르는 강세를 이어갔다.

다우 지수가 ''10K''의 고지를 넘어섰다가 도로 내려앉은 작년 4월6일 이후
지난 주말까지의 10개월동안 나스닥 지수는 80%나 치솟았다.

올 들어 다우지수가 14.2% 하락한 반면 나스닥지수는 12.8% 뜀박질했다.

이는 ''구경제''와 ''신경제'' 주식들 간에 명암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최근의 이같은 흐름에 대해 ''CBS 마켓워치'' 인터넷 뉴스는 "신-구경제간
전투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주목되는 현상은 기술.바이오테크 분야의 2류 소형주들이 주종을
이루는 러셀2000지수도 올들어 10%이상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월가 투자회사인 쉴즈의 존 휴즈 시장분석실장이 지적한 대로 "미 증시의
돈들이 기술과 바이오테크 텔레콤 분야가 아닌 주식들에서 앞다퉈 빠져나와
이들 종목으로 백기 투항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마땅한
설명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또 다른 투자회사인 프라임 차터의 스콧 블라이어 투자전략실장은 이런
현상을 꼬집어 "지금 월가에서는 가상세계(신경제)와 현실세계(구경제)간에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을 반영하듯 지난 주말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가운데
소비재(프록터앤드 갬블), 산업(3M, 네러럴일렉트릭, IBM 등), 제약(존슨
앤드 존슨) 등 구경제 업종의 26개 종목이 내려앉은 반면 나스닥증시의
오라클, 더블 클릭 등 신경제의 테마주들은 이날 하루에만 10% 이상 치솟는
극단적인 대조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 등을 우려해 자금이탈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증시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고 있는 점을 지적, ''신경제 고공
행진''에도 제동이 걸릴 날이 멀지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주 증시가 어떻게 돌아갈지가 특히 주목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