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부설 연구기관에서 최근 독립한 "자유기업원"이 자유주의시리즈
"감각적 질서"(프리드리히 A.하이에크 저, 1만4천원)를 출간했다.

저자 하이에크는 금세기 가장 위대한 자유주의 사회철학자로 꼽히는 인물.

1974년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감각적 질서"는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사회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의 철학적 출발점일 뿐 아니라 그의 사회철학적 사유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에크는 빈 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20세의 젊은 나이에
이 책의 초고를 썼다.

"감각적 질서"는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론심리학 분야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하이에크는 단순히 이론심리학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이를 경제적
문제, 즉 시장의 존재가치와 연결시키고 있다.

하이에크는 인간의 신경기관을 물리적 세계의 자극들을 분류하는 일종의
"시스템"으로 이해했다.

이 분류시스템은 "인류"란 종 자체의 형성과정과 이에 속하는 개인들이
개체로서 형성되는 과정에서 진화한 것으로 간주한다.

종의 발달과정에서 감각적 질서(정신질서)는 인체와 외부세계의 물리적
상호작용에서 진화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 사건들을 그는 "감각이전(pre-sensory)의 경험"이라 불렀다.

하이에크는 바로 이것이 감각적 질서를 형성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감각적 질서가 혼란스럽게 보이는 외부세계의 다양한 자극들을 정리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하이에크는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시장의 존재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시장을 주관적이고 제한된 지식을 평가하고 새로운 지식을 발견할 수
있는 메카니즘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인간의 지식이 제한돼 있고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이유는 시장경제 및 사회질서의
존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