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 자유기업원 원장 >

지난 22일자 한국경제신문은 "거래소 시장 심리적 공황"이란 기사를 1면
톱으로 내보냈다.

또 23일자엔 벤처와 중소기업의 상장요건 완화를 골자로 하는 거래소
활성화 방안을 다룬 바 있다.

감히 코스닥이 이렇게 질주할지를 정확하게 내다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거래소 시장의 부진과 코스닥의 질주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이제는
과거와 달리 기업과 경영자들이 인기관리를 열심히 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가치판단의 문제를 떠나서 기업 경영의 목표는 기업가치의 극대화에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매력있는 기업으로 남기 위해서 경영자들이 어떤 제도와 관행을
고쳐야 할까.

또 스스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매력있는 기업"은 비단 적정 주가의 유지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닷컴(.com)엑소더스" 즉, 인재탈출을 막기 위해서도 기업들에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인재들의 탈출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17일자 한경은 부산대 전자공학부의 김제우 교수가 벤처CEO로 변신한다는
단신을 전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씨티그룹의 하이디 밀러 최고 재무담당자가 직원 17만명과
싯가총액 1천7백억달러 규모의 자리를 박차고 2년된 벤처기업으로 옮긴다는
외신이 전해진 바도 있다.

아마도 올 한햇 동안 인재의 유동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기업의 힘은 인재와 돈의 독점에서 나온다.

재벌이라 불리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가진 힘의 원천 역시 이제껏 인재와
돈의 독점에서 나왔다.

그런데 유능한 인재들이 이동한다는 점은 예사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인재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묘안은 무엇인가.

기업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고치고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작가이자 현재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인 사카이야 다이치는 "산업시대
모노컬처의 몰락"이란 말로 일본 대기업들이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인재의 유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일까.

한국의 경영자들이 깊이 숙고해야 할 점이다.

매력있는 기업으로 남기 위한 몇가지 움직임들이 눈에 띈다.

큰 조직을 작은 조직으로 분할해 나가는 이른바 분사경영은 매력있는 기업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사경영은 속도가 더욱 중요해지는 세상에서 대기업병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기업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중요한 하드웨어 개혁의
하나라 할 만하다.

지난 24일 한경은 "30대그룹 1백85개 사업분사"라는 기사를 싣고 있다.

이렇게 이뤄진 분사들이 실질적인 의미의 분사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무척 적절한 변신으로 보인다.

여기서 여전히 문제가 되는 점은 지주회사를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행 제도는 임직원에 의해 설립된 회사에 대해서 30% 미만의 모기업 지분
출자를 인정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발빠른 변신을 돕기 위해서라도 형식적으로 인정돼 있는
지주회사의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같은 날 한경은 "나래이동통신, 인터넷지주회사 변신"이란 기사를 싣고
있다.

필자는 나래이동통신이 인터넷 사업에서 구상하고 있는 방식의 지주회사
개념이 앞으로 거의 보편화돼 갈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 지주회사가 존재하고 모기업을 중심으로 사업부문별로 실질적인
독립법인들이 만들어진다.

이들 사이에는 브랜드나 사업 전략 등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누리면서
발빠르게 스스로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그런 모습의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리라 본다.

이런 기업들은 기존의 기업 형태에 비해서, 능력있는 인재들의 실험정신과
벤처정신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가능성 면에서 휠씬 유리할 것이다.

한경 22일자는 스톡옵션의 개선방안을 다루고 있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게 마련이지만, 인센티브 취지를 지나치게
손상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 www.go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