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 30억원의 당첨금을 내건 복권이 쏟아지는 가운데 당첨금이 이보다
훨씬 고액인 온라인 복권을 중앙 정부의 각 부처들이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코스닥에 이어 복권으로 떼돈을 거머쥔 사람들의 얘기도 화제다.

그러나 수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당첨확률이 몇백만분의 1이나 몇천만분의
1에 지나지 않는 복권에 꿈을 걸도록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제주도는 최근 최고 당첨액이 30억원인 관광복권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근로복지공단도 내달 초 역시 같은 금액의 복권을 팔기로 했다.

주택은행이 지난 연말 발행한 20억원짜리 밀레니엄 복권이 인기를 끌자
과학재단과 체육진흥공단도 뒤따라 당첨금이 똑같은 복권을 내놓았고 기존
복권들도 앞다퉈 당첨금을 높이는 중이다.

중앙부처들도 당첨액이 50억원을 넘어서며, 소비자들이 스스로 번호를
선택하는 방식의 복권을 찍어내기로 했다.

건설교통부 교통부 문화관광부 과학기술부 행정자치부 노동부 중소기업청
산림청 등이 미국의 로토식 온라인 복권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요즘의 복권은 값이 너무 비싸며 종류도 너무 많고 당첨금도 날로 높아지기
때문에 생활에 재미를 불어넣는 심심풀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복권에 당첨되는 일은 운이 좌우하므로 매일같이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 뿐더러 모든 국민들에게 일확천금의 허황한 꿈을
좇도록 부추김으로써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해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벤처 열기로 하루 아침에 수십억, 수백억원의 거금을 움켜
쥐는 젊은이들이 생기며 수많은 국민들이 박탈감에 젖어있는 마당에 정부까지
나서서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복권판매로 조성되는 자금이 서민주택 건설이나 체육발전, 관광진흥 등
공익사업에 쓰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주택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70%가 무주택자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이다.

소득의 재분배에 힘써야 할 정부가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긁어냄으로써 부익부 빈익부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셈이다.

이런 사업들은 마땅히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물리거나 숨겨진
세원을 찾아내, 더 거둔 세금으로 추진해야 한다.

복권의 당첨금을 챙기는 사람은 운이 좋은 극소수일 뿐이고 절대 다수는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요행을 바라는 인간의 약점을 이용해
사행심을 조장하는 일은 정도가 아니다.

황금만능 주의를 조장하고 사회정의까지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미국을 건국할 시절의 청교도들은 복권을 도박과 똑같은 죄악으로 여겼다.

지금 우리도 그들의 생각을 음미해 봐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