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는 우리나라 음악계에 조금은 섭섭함을
안겨준 음악인이다.

197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정명훈은 2위에
만족해야 했기 때문.

당시 국내 음악계는 러시아 음악계의 텃세가 작용해 정명훈이 실력에서
밀리지 않는 데도 2위에 머물렀다며 한탄했다.

국제콩쿠르의 객관성을 따지는 것은 어찌보면 세계 음악계에서 소외된
동양인들의 푸념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은 국내 음악계의 공통적인
정서였다.

어쨌든 가브릴로프는 이후 서방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취월장했다.

콩쿠르에서 우승한 해에 18세의 나이로 피아노의 거장 리히터를 대신해
찰츠부르크페스티발 무대에 올랐다.

78년에는 카라얀이 이끄는 베를린필과 함께 유럽순회연주를 하며 성가를
높였다.

그는 전세계 비평가들로부터 테크닉과 현대적 감각이 뛰어난 연주자,
폴리니를 연상시키는 단단하고 생기있는 터치가 압권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가 다음달 7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전곡연주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공연기획사 빈체로가 마련한 바흐서거 2백50주년 기념시리즈 세번째
무대다.

EMI와 도이체그라모폰의 음반을 통해서만 알려진 그의 바흐연주를 실연으로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02)599-5743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