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하던 이변이 정말 벌어졌다.

키 1백89cm에 체중 1백7kg로 둔해만 보이는 비만형의 "배불뚝이"가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최고의 골퍼 타이거 우즈를 제압했다.

그것도 완벽한 "KO승"으로.

다렌 클라크(32.아일랜드)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라코스타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앤더슨컨설팅 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 36홀
결승전에서 3홀을 남기고 4홀차로 우즈를 물리쳤다(4&3).

클라크는 3~4개 대회에서 우승해야 만질수 있는 거금 1백만달러(약 11억3천
만원)를 단 한번의 승리로 거머쥐었다.

그는 또 여타선수들에게도 "우즈 공포증"을 씻어버리며 자신의 이름을
세계무대에 각인시켰다.

<>.첫 18홀까지 우즈와 클라크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3, 4번홀과 6, 7번홀에서 한차례씩 승리를 주고 받은 두 사람은 전반
18홀까지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심리적 승부는 이미 결정이 나 있었다.

우즈는 1라운드를 마친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코치인 부치 하먼에게 잠시 스윙을 점검받은 우즈는 휴식을 취하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클라크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채 담배를 피고 갤러리들과 농담을
나누는 여유를 보였다.

점심을 먹고 임한 후반 4번홀에서 클라크는 우즈가 세컨샷을 그린옆
갤러리쪽으로 보내며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쉽게 한홀을 앞서 나갔다.

우즈가 흔들리는 것을 간파한 클라크는 5, 7, 8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잡으면서 "4up"으로 우즈를 저만큼 따돌렸다.

9번홀에서 승리하며 추격에 나선 우즈는 10번홀에서 3퍼팅 보기로 다시
4홀차로 뒤졌다.

우즈는 11번홀에서 이기며 막판 역전을 노렸으나 버디홀이나 다름없는
12번홀(파5)에서 벙커샷 실수끝에 보기를 범해 추격의지를 잃고 말았다.

경기는 클라크가 4홀 앞선 15번홀에서 종료됐다.

클라크는 이날 33개홀에서 버디를 12개나 잡고 보기는 단 한개 범하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우즈는 경기후 "클라크가 나보다 훨씬 나았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우즈는 이로써 매치플레이전적이 12승4패가 됐다.

클라크는 "우즈와 경기를 한 것 자체가 기뻤다"며 "우즈가 위험스럽게
너무 볼을 홀쪽에 붙이려다 무너졌다"고 평가.

우즈와 클라크의 스승인 하먼은 "클라크가 곧 콜린 몽고메리를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

그는 특히 "클라크가 우즈를 누른 것은 자신감 덕분으로 본다"고 관전평.

<>.클라크는 단번에 미PGA 상금랭킹 3위권에 진입했다.

98마스터스에서 공동24위에 올랐던 클라크는 올해 닛산오픈에서 커트오프
탈락하는등 좀처럼 미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해왔으나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했다.

미국무대 첫승.

우즈는 우승은 놓쳤지만 2위상금 50만달러를 보태 두달만에 5개 대회에서
2백4만3천7백31달러를 벌어들였다.

여전히 상금랭킹 1위다.

데이비드 듀발과 데이비스 러브3세의 3, 4위전에서는 듀발이 4홀을 남기고
5홀차로 완승을 거두며 상금 40만달러를 챙겼다.

< 한은구 기자 to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