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이 28일 주총을 연 것을 필두로 일반은행의 올해 정기주총이
시작됐다.

내달 하순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질 이번 주총은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현안들이 많아 보이진 않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간단치 않다.

매년 주총시즌의 최대 이슈였던 임원선임의 경우 올해는 국민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관치논란이 제기되고 있긴하지만 대다수 대형은행 행장들의 유임
가능성이 높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잔치분위기는 더욱 아니다.

지난해의 경영실적이 부진해 대다수 은행들이 주주들에 대한 배당조차
제대로 하지못하고 있는가 하면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무한경쟁시대가 전개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는 형국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한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사실 올해 은행주총은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경영환경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경영지배구조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심사다.

외환위기 이후 2년여동안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돼왔고, 급박한
금융위기를 그런대로 슬기롭게 극복해왔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정부의 간섭이 아니라 시장의 선택에 의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우량은행에 예금이 몰리는 등 고객들이 우열을 가리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도 은행합병등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한지 오래다.

금융산업이 IMF체제 이후 제2의 분수령을 맞이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은행을 책임맡은 최고경영진은 어느때보다 단호한
결의로 은행의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은행수지개선 차원이 아니라 우리경제가 명실공히 IMF체제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이룰수 있느냐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각 은행들은 스톡옵션과 성과급 체계를 도입하는 등 경영
시스템의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진은행들과 제휴를 넓히고, 첨단경영기법을 도입해 기업활동의 후견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은행경영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간섭하기보다 자율에 맡겨두려는 입장을
확고히 다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은행들은 지금의 낮은 주가와 무배당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통감하고 대책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정부와 금융종사자들은 이번 주총을 금융산업이 새롭게 태어날수 있는
추진체제와 전략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