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 서울대 교수 / 국제경영학 >

본격적인 대우자동차 입찰경쟁이 시작됐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피아트 등 4대 외국업체와
현대자동차가 참여, 5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우 구조조정협의회는 앞으로 3개월동안 실사기간을 준 후 오는 5월말까지
1~2개 업체로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기간에 각계에서는 대우자동차의 해외 매각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인 면을 따지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평가가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여러 방면에 걸친 종합적 평가 및 각각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측면 모두를
평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향후 논의 및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초적인
분석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틀은 대우 자동차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기업의 국내직접투자에 있어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부문은
생산요소다.

외국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면 자본유입, 고용창출, 그리고 선진기술,
경영기법 전수가 이뤄질 수 있다.

즉 노동자들은 새로운 선진기술을, 경영자들은 앞선 경영기법을 습득할
기회를 가진다.

반면 국내에 들여온 선진기술 및 경영기법에 대한 학습효과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기업이 투자수익을 고스란히 챙겨갈 가능성도
있다.

두번째로 고려할 사항은 수요 부문이다.

투자기업이 국내 생산기지를 활용하여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인근 국가
및 전세계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간다면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피인수 기업의 기존 판매망이 인수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
에 선택적으로 통합되면서 많은 해외 판매망이 사라질 수도 있다.

세번째 사항은 관련 산업이다.

외국기업의 국내 생산 활동이 활발해지면 국내 부품산업 및 관련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함으로써 효율적 자원
이용 및 관련기술 발전 등의 효과도 있다.

그러나 부품 등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조달할 경우 기존의 국내 관련산업
은 한 순간에 무너질 위험도 있다.

네번째는 시장의 효율성이다.

국제경쟁력을 가진 외국 기업이 국내시장에 들어옴으로써 기존의 비효율적
관행들이 고쳐진다면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외국 기업이 국내시장을 독점함으로써 독점 가격이 형성되고 품질이
떨어져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섯번째는 정부 부문이다.

외국 기업이 세금을 냄으로써 정부의 세수 증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외국 기업 및 이를 통한 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능동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반면에 세수 증대는 이전가격 (Transfer Pricing) 에 의해 예상보다 실제
효과가 미미할 수 있으며, 외국 기업의 국내 산업 잠식은 정부의 산업정책에
있어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부분은 우리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 들여오는 자본 기술 경영기법 등의 생산요소 및 새로이
도입 또는 개발하는 제품들은 우리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우리가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의 문화에 잘
접목시켜 새로운 선진 문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외국 문화를 그대로 흡수하기만 하는 경우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국기업의 국내투자에 대한 평가가 올바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된 6가지 항목에 대한 손익계산서가 나와야
한다.

물론 실제 평가에 들어간다면 각 항목의 세부사항까지 정교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종합평가가 아니고 한두 가지 항목에만, 그리고 긍정 부정 중에서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서 결정을 내리면 안될 것이다.

구체적인 평가 결과는 산업별 기업별로 각 사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세계
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외국기업의 직접투자에 대한 각국 반응은 매우
호의적인 편이다.

세계투자 보고서 (World Investment Report) 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각국의 외국인투자정책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94%가 외국인 투자에
대해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즉 대부분의 국가들이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규제조치를
철폐하고 조세감면과 같은 인센티브 부여 및 시장 기능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기업투자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부정적 시각을 갖는
것은 대우자동차와 같은 특정 사례에만 한정되지 않고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국 것을 무조건 좋아해도 문제지만 외국을 배척하고 우리 것만을
맹목적으로 지키려 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세계화는 우리 것과 외국 것이라는 이분법적 주장을 탈피해 옳은 것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열린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 hcmoon@gias.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