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 민주당 의원 >

정치를 하려는 욕구는 많은데 비해 이를 수용할 정치 공간은 매우 작다.

4당 체제가 정립되고 있는데 공천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이같은 상황은 언제라도 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민주국민당은 노선이나 이념을 가진 정당이 아니고
출마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모인 정당인 만큼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또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민주국민당이 오래가지 못할 공산이 크다.

정치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공천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유권자의 검증을 거치는 것이 핵심이다.

여야 각당은 공천심사위를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심사를 하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유권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처럼 예비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후보자가 선거 6개월 전에 선관위에 미리 등록해
유권자와 정당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국회의원에 대한 각종 혜택도 줄여야 한다.

국회의 권한을 줄일 필요는 없지만 개별 국회의원이 누리는 각종 혜택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개인적인 혜택을 노리고 국회에 입성하려는 인사들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선거이후에 정치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려는 세력과 온건 보수노선을 견지하는
세력으로 정치권의 체제변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장관과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면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러나 개혁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멈추게 되면 결국 우리를 얽메었던 부패와 부조리와 비효율 사회를
또다시 경험할수 밖에 없다.

새천년의 전환기를 맞아 사회의 구조적 성격이 변하고 있는 만큼 지식
기반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준비와 각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