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모든 경제문제의 근원은 사고의 빈곤에 있다. 경직된 사고, 단기적
사고, 원칙없는 사고, 가치전도의 사고 등이 그 징후다"

"한국경제의 갈등구조"(권화섭 저, 한경PC라인, 1만2천원)의 서문은 이 책의
전체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저자는 1998년에도 IMF프로그램의 근본적인 모순과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한 "IMF의 덫"을 펴냈다.

이번 책은 앞의 "IMF의 덫"에 비해 시간을 갖고 신자유주의란 이름으로
불리는 한국경제의 미국화 현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전체 내용은 사고의 빈곤, 한국경제의 갈등구조, 위싱턴 컨센서스 최후의
실험, 아시아 모델과 아시아 가치의 폐기, 이상한 나라와 이상한 논쟁,
재벌해체의 정치게임, 정치적 소극과 IMF청문회, 성장과 안정의 갈등,
IMF 2년의 변화로 나뉘어져 있다.

책의 전면에 흐르는 분위기는 암울함과 안타까움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를 침몰시킬 수 있는 "7가지 난기류"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

그것은 유물론적 가치관과 역사적 결정론, 단선적인 획일주의, 대통령교
교주와 신자들, 철두철미한 이기주의적 형태, 극단적인 성과주의자의 사회,
정보와 지식의 독재를 조장하는 사회풍조, 그리고 낙관적이면서도 패배주의
적인 의식구조다.

노사갈등의 게임과 재벌해체의 갈등게임도 눈여겨 볼만하다.

재벌해체의 정치게임에서는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시각과 하버드
비즈니스의 충고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 부분은 위싱턴 컨센서스의 미국 논리 등과 얽혀있어 독자들의 판단을
별도로 요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사회의 대립과 갈등요소 때문에 한국경제의 앞날을 다소 비관적
으로 본다.

"거시지표로는 위기에서 벗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듯하지만 경제내부의
흐름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공병호 자유기업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IT혁명이란
강력한 동인이 한국사회를 어떻게 변모시키고 있는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기 전에는 어둡기 마련이고 지금 상황도 또 하나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므로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자유주의자의 평가와 비교해가면서 저자의 주장을 하나하나 재음미
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