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심하게 떨려 커피잔 조차 들수 없는 파킨슨씨병을 한번의 수술로
치료하는 획기적 방법이 국내에 첫 도입됐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팀은 심부 뇌자극기를 삽입,
파킨슨씨병과 같은 운동이상질환을 치료하는 수술을 최근 실시해 성공을
거뒀다.

57세 환자인 박모씨는 수술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았으나 치료를 받은
다음에는 증상이 깨끗이 사라져 열흘만에 퇴원할 수 있게 됐다.

파킨슨씨병은 나이들어 뇌신경전도물질의 분비이상과 비정상적인 뇌내
전기신호가 나타남으로써 근육이 굳고 손이 떨리며 운동이 느려지는 질환
이다.

새 치료법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뇌이상 부위를 개략적으로 파악한
후 문제가 있는 뇌부분이 발견되면 5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구멍을 뚫는다.

이 구멍으로 연필심 굵기(1.24mm)의 미세전극을 뇌 부위에 삽입한다.

또 가슴의 피부아래와 근육 사이에 컴퓨터로 자동제어되는 전기발생조절장치
를 따로 심는다.

뇌이상부위의 미세전극에서 연장돼 나온 전기회로는 두피 아래와 목 뒷덜미
등으로 파묻혀 가슴부위의 전기발생조절기로 연결된다.

이로써 전기발생조절기에서 나온 전기가 뇌내 미세전극에 도달해 전기이상
으로 인한 파킨슨병 증상을 개선하게 되는 것이다.

비스켓 크기만한 전기발생조절기는 최적의 미세전기를 뇌에 공급한다.

전기회로는 아주 유연하고 안전한 케이블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조절장치의 배터리수명은 3~5년으로 배터리를 갈려면 가슴을 절개한 후
다시 봉합해야 한다.

장 교수는 "손을 쓸 때나 대인관계를 할 때만 리모컨 스위치로 전기를
공급하고 잘 때나 혼자 조용히 있을때에는 전원을 끄면 10년까지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새 치료법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고주파전기응고술과 달리 뇌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응고술은 이상이 있는 심부 뇌조직을 고주파로 정밀하게 제거하는 수술로
불가피하게 약간의 조직이 파괴됐다.

둘째 응고술은 전기신호가 지나친 것을 억제하는 작용만 있는 반면 심부
뇌자극기삽입술은 억제작용과 함께 저하된 것을 촉진하는 작용도 갖고 있다.

그동안 뇌의 기능저하에 의하여 발생하는 질환의 경우 약물치료가 유일한
대안이었으나 완벽한 치료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장기 복용할 경우 신장 간장의 기능이 저하되는 등 부작용도 뒤따랐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1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는 물론 수전증 근육긴장이상 무도병 등 다양한
신경계질환에서 심부뇌자극기 삽입치료가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난치성 간질과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우울증 강박증 환자에
대해서도 이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