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모적인 벤처기업 거품논쟁 ]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공인회계사 마이클 김(e스탑 사장)의 칼럼을
연재한다.

1961년생인 김 사장은 중2때부터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가 UC버클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공인회계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 벤처밸리를 오가며 가교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 최대 유행어가 "벤처"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다음 유행어는 "거품" 정도일 것 같다.

벤처업계, 그 중에서도 특히 인터넷 업계의 호황을 이야기하다 보면 대개
"거품"이란 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논리는 대략 이렇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주당 몇십만원이다. 새롬은 시장가치가 조 단위다"

이어 "모 대기업이 어마어마한 자산가치에 수익구조를 갖고도 싯가총액만
따져보면 새롬만 못하다. 이거 말이 되느냐?"는 식이다.

미국 인터넷 주식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야후의 주식은 올 1월 5백달러까지 올라갔다 2월14일 현재 3백42달러다.

한달 못된 기간에 30%가 조정됐다.

여전히 싯가총액이 무려 9백억달러에 달한다.

96년초 상장할 당시 가격은 10달러 중반대였다.

그동안 쪼개기(주식분할)를 3대2(2주를 3주로 분할) 한차례, 2대1을 두차례
실시했으니 올 1월의 최고가는 3천달러인 셈이다.

현재 가격으로 볼때 4년 남짓한 기간에 1백배가 뛴 셈이다.

야후만큼이나 유명한 경매사이트 이베이 (eBay) 의 경우를 보자.

98년9월 18달러에 상장된 이베이는 2000년 2월15일 가격이 1백54달러였다.

99년 2월 3대1로 쪼개기를 한 주식이니 쪼개기전 가격으로 따지면 4백62
달러인 셈이다.

이건 일부 주식에 국한된 것이라 치고 나스닥 종합지수를 살펴보자.

현재 4,004에 이르고 있는 나스닥 지수가 1천 포인트 빠진다 해도 그것을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분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조정국면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1999년 1월4일의 나스닥 지수는 2,200이었다.

1천포인트가 빠져 3,000으로 주저 앉아버린다고 해도 99년초에 비하면
1년1개월 사이 40%에 가까운 신장세다.

e베이도 아니고 야후도 아닌 나스닥 종합지수가 이렇다.

인터넷만이 아니다.

선마이크로의 96년 1월 가격은 스플릿 (Split. 분할)을 감안할 때 8달러
정도다.

현재 가격은 약 90달러.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96년 1월의 가격이 15달러선이었다.

현재 가격은 1백20달러 안팎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

FRB 역대 의장중 최고의 인물로 거론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미래 경제에 대한 식견이 그린스펀만큼 무뎠던 인물도
없는 것 같다.

나스닥 지수가 1,500대이던 97년부터 거품을 경고해 그때마다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보란 듯이 2년만에 지수 4,000 벽을 뚫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만일 인터넷 주식이 거품이었다면 벌써 박살났어야 옳다.

이미 인터넷 기업들의 주식이 50~60배씩 오른 상태에서 절반이 빠진다
하더라도 이것은 거품이 아니다.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야후가 5백달러다. 이거 말이 되느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야, 너 야후 1백달러때부터 말이 되느냐고 하지 않았니. 지금 5백달러가
말이 안된다는 말 그 자체가 어불성설 아니냐"고 반문하자 친구는 수긍하며
민망한듯 웃었다.

거품 논쟁은 이제 끝났다.

거품논쟁이 일고 있는 한국 코스닥 시장도 비슷한 양상이라고 생각된다.

< 마이클 김 mkimcpa@hanmai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