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벤처] 경영교실 : (KEMBA 21세기 경영학) '위험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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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관리시스템 도입 ]
1995년2월.
세계 금융계는 영국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했던 2백여년의 역사를 지닌
베어링은행이 파산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경악했다.
닉 리슨이라는 28세의 젊은이에 의한 2개월 사이의 거래 때문이라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최고의 금융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영국의 은행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이 외에도 독일에서 14번째 큰 기업인 메탈게젤샤프트의 선물시장에서의
대규모 손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지방자치단체인 오렌지 카운티의 채권거래
실패에 의한 파산 등 유사한 사례가 많다.
이같은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기업 또는 금융기관이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위험에 직면
하게 된다.
이러한 위험 가운데 금융활동과 관련돼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재무위험이라
한다.
"재무위험" 가운데 금리 주가 및 환율 등의 변동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시장위험"이라 한다.
시장위험을 포함한 재무위험은 특히 금융기관에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전통적으로 금융기관의 기능은 자금을 중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위험의 관리가 금융기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장위험은 1971년 고정환율제도의 붕괴와 이에 따른 변동환율제도의 도입
및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급격히 커졌다.
시장위험이 확대됨에 따라 우량 기업이 금융자산의 가격 변화로 일순간에
큰 손실을 입거나 또는 파산에 이르기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크게 증대됨에 따라 1980년대 후반 이후
시장위험의 통제에 대한 연구가 금융업계와 학계의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1988년 바젤협약으로 시장위험에 대해 최소 필요자본을 부과하는 BIS(국제
결제은행) 위험조정 자기자본비율 제도가 도입돼 금융기관에서 위험관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시장위험관리의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1990년대 들어 위험관리의 도구인
파생상품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으며 금융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은 역설적으로 위험의 확대라는 현상을 가져
왔다.
베어링은행, 메탈게젤샤프트 및 오렌지 카운티 등의 대규모 손실은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위험 확대에서 비롯됐는데 파산의 배경으로는 시장위험을 효과적
으로 관리하기 위한 위험관리정책의 부재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시장 위험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의 투자은행인 JP 모건은 리스크메트릭스
( Risk Metrics )라는 위험관리시스템을 공개했으며 뱅커스트러스트는
"RAROC 2020"이라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 시스템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위험관리 개념은 VaR(Value-at-
Risk )다.
VaR 란 주어진 확률(신뢰수준)하에서 일정기간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의미한다.
1994년도 JP 모건의 경우 1일 VaR 는 95% 신뢰수준에서 1천5백만달러인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하룻동안에 1천5백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을
확률이 5% 이하라는 것을 뜻한다.
VaR 는 경영자나 투자자들이 현재 금융기관 또는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다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만일 VaR 가 자기자본에 비해 너무 크다면 파산의 위험도 커지게 되며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는 VaR 를 축소하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매각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편 투자자들은 VaR 가 높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위험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고 VaR 가 시장위험을 완벽히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없다.
JP모건과 뱅커스트러스트 등 선진적인 금융기관도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러시아의 채무지급 정지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도 큰 손실을 입은 이유는 VaR 는 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전제하에서만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에는 VaR 에 의한 위험관리도 쓸모없게 된다.
이는 VaR 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만일 VaR 를 적절히 사용했더라면 베어링은행 메탈게젤샤프트 그리고
오렌지 카운티 등이 입었던 대규모 손실 가운데 일부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위험관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많은 금융기관이
위험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기준 설정을 위한 바젤위원회에서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보완하기 위해 VaR 에 기초한 금융감독을 제안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VaR 의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들의 필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는 금융환경하에서 예기치 않은 금융자산의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반기업에서도 위험관리시스템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홍정훈 < 국민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
1995년2월.
세계 금융계는 영국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기도 했던 2백여년의 역사를 지닌
베어링은행이 파산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경악했다.
닉 리슨이라는 28세의 젊은이에 의한 2개월 사이의 거래 때문이라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최고의 금융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영국의 은행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이 외에도 독일에서 14번째 큰 기업인 메탈게젤샤프트의 선물시장에서의
대규모 손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지방자치단체인 오렌지 카운티의 채권거래
실패에 의한 파산 등 유사한 사례가 많다.
이같은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기업 또는 금융기관이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위험에 직면
하게 된다.
이러한 위험 가운데 금융활동과 관련돼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재무위험이라
한다.
"재무위험" 가운데 금리 주가 및 환율 등의 변동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시장위험"이라 한다.
시장위험을 포함한 재무위험은 특히 금융기관에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전통적으로 금융기관의 기능은 자금을 중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위험의 관리가 금융기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장위험은 1971년 고정환율제도의 붕괴와 이에 따른 변동환율제도의 도입
및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급격히 커졌다.
시장위험이 확대됨에 따라 우량 기업이 금융자산의 가격 변화로 일순간에
큰 손실을 입거나 또는 파산에 이르기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크게 증대됨에 따라 1980년대 후반 이후
시장위험의 통제에 대한 연구가 금융업계와 학계의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1988년 바젤협약으로 시장위험에 대해 최소 필요자본을 부과하는 BIS(국제
결제은행) 위험조정 자기자본비율 제도가 도입돼 금융기관에서 위험관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시장위험관리의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1990년대 들어 위험관리의 도구인
파생상품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으며 금융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은 역설적으로 위험의 확대라는 현상을 가져
왔다.
베어링은행, 메탈게젤샤프트 및 오렌지 카운티 등의 대규모 손실은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위험 확대에서 비롯됐는데 파산의 배경으로는 시장위험을 효과적
으로 관리하기 위한 위험관리정책의 부재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시장 위험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의 투자은행인 JP 모건은 리스크메트릭스
( Risk Metrics )라는 위험관리시스템을 공개했으며 뱅커스트러스트는
"RAROC 2020"이라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 시스템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위험관리 개념은 VaR(Value-at-
Risk )다.
VaR 란 주어진 확률(신뢰수준)하에서 일정기간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의미한다.
1994년도 JP 모건의 경우 1일 VaR 는 95% 신뢰수준에서 1천5백만달러인
것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하룻동안에 1천5백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을
확률이 5% 이하라는 것을 뜻한다.
VaR 는 경영자나 투자자들이 현재 금융기관 또는 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다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만일 VaR 가 자기자본에 비해 너무 크다면 파산의 위험도 커지게 되며 이에
따라 최고경영자는 VaR 를 축소하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매각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편 투자자들은 VaR 가 높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위험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고 VaR 가 시장위험을 완벽히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없다.
JP모건과 뱅커스트러스트 등 선진적인 금융기관도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러시아의 채무지급 정지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도 큰 손실을 입은 이유는 VaR 는 시장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전제하에서만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에는 VaR 에 의한 위험관리도 쓸모없게 된다.
이는 VaR 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만일 VaR 를 적절히 사용했더라면 베어링은행 메탈게젤샤프트 그리고
오렌지 카운티 등이 입었던 대규모 손실 가운데 일부는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위험관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많은 금융기관이
위험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기준 설정을 위한 바젤위원회에서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보완하기 위해 VaR 에 기초한 금융감독을 제안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VaR 의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들의 필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는 금융환경하에서 예기치 않은 금융자산의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반기업에서도 위험관리시스템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홍정훈 < 국민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