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의류사 ''리훙팻'' ]

1975년에 설립된 홍콩의 리훙팻의류주식회사( Lee Hung Fat Garment
Factory Ltd. )는 약 2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외형 4천만달러의
회사다.

이 회사는 몇 대의 평범한 PC를 갖추고 전자상거래를 하고 있으며 또한
컴퓨터기술자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홍콩의 이 작은 회사는 의류업 같은 전통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아시아의 가족회사가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전세계의 잠재고객들에게
다가가고 또 경영효율을 올리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대형무역상을 통해 해외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심부름꾼이 주문서를 공장에 가져다 주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들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주문내용을 리훙팻에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이 회사 창립자의 아들이자 현재 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는 에디 웡( Eddy
Wong )씨에 따르면 1970년대에 5주 걸리던 일이 컴퓨터 덕분에 지금은 하루에
끝난다고 한다.

이미 이 업계에서도 인터넷은 생존요건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독일의 카우프호프( Kaufhof )나 영국의 울워즈( Woolworths )같이
리훙팻과 거래하는 대형소매상들이 온라인으로 거래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
이다.

즉 전자상거래는 국제적인 공급사슬( supply chain )에 편입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에디 웡씨나 다른 직원들이 자기 사무실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면 중국과
방글라데시에 있는 공장의 생산현황서부터 각 고객에 대한 선적상황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각 주문서의 내용은 그것을 알아야 하는 모든 부서에 동시에 보내진다.

이렇게 팩스나 전화대신 인터넷을 쓰는 것만으로도 통신비가 약 3분의
1이나 절약된다고 한다.

옛날에는 다섯 대의 팩스에서 하루에 2천건 가량의 팩스통신문이 나왔는데
지금은 기껏해야 세건 정도다.

웡씨는 골프를 하다가 노키아핸드폰을 꺼내 E메일이 왔나 확인하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수출허가를 얻는데 필요한 서류를 보낸다.

뿐만 아니라 옛날에는 옷 샘플을 소포나 택배로 보내곤 했는데 지금은
그것을 스캐닝해서 컴퓨터로 고객에게 보낸다.

그러면 고객 역시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새 샘플을 온라인으로 보내온다.

이렇게 해서 예전보다 3~4배 빨리 최종샘플이 확정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리훙팻은 컴퓨터설치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생산공정의
초기단계에서만도 원가를 15~20% 줄이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기업경영에 컴퓨터를 도입하기 시작한 리훙팻은
1996년부터 E메일로 주문을 받기 시작했으며 1997년에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기존의 DOS를 윈도98로 바꿨다.

이 때에는 처음에 상당한 혼란이 있었지만 회계부서의 인원을 10명에서
여섯 명으로 줄일 수 있을 만큼 업무효율이 올라가고 있다.

또한 웡씨는 생산현장의 여러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공장관리자들과
비디오 회의를 주재하며 이러한 카메라네트워크를 이용해 각 공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몸소 점검한다.

그러나 리훙팻의 협력회사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전자상거래를 할 능력이
없으며 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웡씨가 직접 출장가야 할 일이 무척 많다.

아직도 경영의 많은 측면은 컴퓨터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유필화 <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