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반은행들은 대우사태에 발목이 잡혀 지난해 약 5조원의 적자를 냈다.

금융감독원은 2일 16개 일반은행(제일은행 제외)이 지난해 4조9천9백9억원
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은행의 적자규모는 지난 1997년 3조9천억원, 98년 12조5천억원(퇴출은행
포함)이었다.

은행들은 외환위기로 비롯된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는 대가로 3년간 22조원
의 비용(적자)을 치렀다.

정부는 적자를 메우고 은행들이 제구실을 하게끔 살려 놓는데 공적자금
42조원을 썼다.

그런데도 은행의 주가는 대부분 액면가를 밑돈다.

은행들의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일반영업에선 6조3천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대손충당금 등으로 11조3천억원을 쏟아부어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우여신에 8조원, FLC 적용에 3조1천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은행별로도 성적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는 시장에 의한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은행산업 개편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평가다.

주택 국민 신한 한미 하나은행 등 5개 인수은행은 대손충당금을 모두 쌓고도
흑자를 냈다.

주택은행은 이미 전년도에 충당금을 다 쌓아 지난해엔 FLC를 적용해도
충당금을 1백90억원만 쌓았다.

그결과 순익이 4천5백1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방은행중에서도 대구 부산 경남 제주은행은 98년 수천억원대 적자에서
지난해엔 소폭이나마 흑자로 돌려 놓았다.

반면 덩치가 큰 한빛 조흥 외환 서울은행 등은 3년연속 적자시름을 앓았다.

적자규모도 거의 조단위다.

한빛은행의 경우 일반영업에선 1조5천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3조5천억원의
충당금 탓에 2조원 가까운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서울은행은 부실채권 매각손실로 적자액(2조2천3백31억원)이 가장 컸다.

광주은행은 9백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은행만 FLC 충당금을 50%만 쌓아 1백%를 모두 쌓을 경우 적자액은
1천3백억원선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광주은행이 BIS비율 8%선을 유지하기 위해 회계법인의
"한정" 판정을 감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화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주식투자로 1천억원대 이익을 냈다가 연말결산
에선 9백4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들이 흑자전환될 것을 예상하지만 은행들 생각은
엇갈린다.

은행 관계자는 "대우 등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의 정상화가
더디면 부실채권이 늘어나 흑자를 깎아 먹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클린뱅크의 기반은 닦았지만 올해에도 은행들은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