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2일 폭발적인 순매수세를 보였다.

순매수 규모는 무려 6천2백59억원에 달했다.

지난 1996년 4월1일 외국인 한도확대 당일에 6천5백54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최대 규모(사상 2위)다.

특히 이날은 삼성전자 현대전자등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이들 종목은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덕분에 거래소시장이 실로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외국인은 지난 1월 1조1천8백억원, 2월에 1조1천1백억원을 순매수했던
터였다.

하지만 3월 들어 첫장에서 갑자기 매수세를 늘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시장에서는 갖가지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현대전자 집중 매수 =이날 외국인 순매수규모의 대부분은 2개
종목이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4천7백69억원(1백63만주), 현대전자 3백16억원(1백53만주)
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은 SG,ING베어링, 워버그 딜론 리드, 자딘플레링,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골드만 삭스, 현대증권, 크레디리요네증권등 국내외 증권사
창구로 무더기로 "사자"주문을 냈다.

일부 외국인은 물량을 잡기 위해 무조건 상한가로 주문을 내놓았다.

주요 매수세력은 미국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골드만 삭스증권을 통해 미국계가
대량으로 순매수하자 다른 외국인도 서둘러 추격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주요배경 =우선 국제 반도체D램 가격의 회복세가 외국인의 순매수를
촉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4달러대까지 추락했던 반도체D램 가격은 최근 6달러대를 회복했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주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지난달
22일 63달러에서 1일에 1백1달러로 60.31%나 급등했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임우택 이사는 "국내 반도체주가 코스닥시장과의
차별화로 낙폭이 지나치게 컸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투신권이 환매압박과 손절매(Loss-Cut)탓에 현대전자,
삼성전자를 싼 값에 처분하자 외국인이 "얼씨구나 좋다"며 저인망식으로
사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타기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전문가는 "최근 삼성전자, 현대전자의 주가가 자꾸 하락, 펀드수익률이
떨어져 상부로부터 질책받을 받은데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주가가 오르자
물을 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조만간 추가상향 조정될 기대감에 사고 있다는
분석마저 가세했다.

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 삭스증권이 주요 매수 창구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 골드만 삭스는 지난 98년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미리
눈치채고 선물시장에서 5천계약의 선물을 매수한 적이 있다.

그만큼 정보력이 막강해 이번에도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증권은 삼성전자의 향후 목표가격을 35만원에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될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는등 외부악재가
다소 누그러지는 경향이 있어 일단 순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달중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에 외국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변수로
지적됐다.

현물시장과 달리 이날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신규로 1천2백계약을 순매도한
점도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