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에서 줄곧 요구해온 이동전화 요금인하는 2천4백만여 가입자에게
커다란 관심거리다.

두말할 나위없이 가계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와 여당이 2일 발표한 이동전화 요금인하 계획은 가입자들
로서는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발표 형식이나 과정을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솔직히 "뭔가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동전화 요금인하는 정부의 정책결정 사항이다.

그런만큼 정부가 나서서 발표하는 게 수순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 과정은 거꾸로 돼있다.

민주당이 오전 10시30분 먼저 요금 인하계획을 발표한 후 30분 늦게
정보통신부가 똑같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그것도 정통부가 발표한 내용은 "여당이 발표한 요금인하 관련 보충 설명"에
불과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표를 의식한 다분히 정치적인 고려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미 며칠전부터 민주당 주변에서는 정부의 이동전화 요금인하 방침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이동전화 요금인하 결정과정을 보더라도 그렇다.

이동전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인하는 정부의 인가사항이다.

"인가"라는 의미는 SK텔레콤이 먼저 "요금을 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경우 정통부가 이에대해 가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정통부에 요금인하 요청을 한 적이
없다.

정통부가 먼저 나서서 "요금 15.4% 인하"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연히 "총선을 앞둔 정치적인 제스처""총선용으로 내건 공약"
이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정통부는 "정부의 방침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SK텔레콤이 구체적인 요금인하
계획을 마련해 정부에 올리면 인가하는 순서를 밟겠다"고 하지만 SK텔레콤
으로서는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더욱이 정부가 제시한 인하폭은 당초 40% 정도의 요금인하를 강력히 요구
했던 소비자단체들의 요구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을 상당폭 인하했을 경우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들의 반발이 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동전화 요금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당정은 "생색"을 내려다 "생채기"만 난 꼴이 됐다.

< 정종태 정보과학부 기자 jt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