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정남녀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포르노물 영화는 아니다.

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포르노와 예술사이에서 방황하는 영화감독의 고충을 리얼하게 다뤘다.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섹스신도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야하지도 않다.

아성(장국영)은 두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작품성 인정도 못받고 흥행에도
실패한 3류감독이다.

경찰관인 애인 메이(막문위)에 얹혀 살며 생활고에 시달린다.

어느날 영화 제작 제안이 들어오는데 어이없게도 그가 경멸하는 포르노
영화다.

울며겨자먹기로 촬영에 들어가는 데 여배우 몽교(서기)의 연기가 형편없다.

스탭들도 뒤죽박죽이다.

마음이 내키진 않지만 이왕 시작한 일이니 최고의 포르노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영화에 몰두할수록 메이와의 사이는 멀어져 간다.

메이는 아성이 자신의 곁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다른 데 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의 곁을 떠난다.

잘나가던 영화촬영도 한 스탭진의 실수로 화재가 발생, 세팅장이 모두
불타버리면서 영화제작이 중단될 위기에 빠진다.

이 영화는 1997년 섹스신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상영불가 판정을 받았었다.

이번에는 가위질없이 4년만에 국내 영화객들에게 소개된다.

러브신 장면을 영상적으로 깔끔하게 처리한 게 돋보인다.

홍콩의 스타배우인 장국영과 서기의 벗은 모습과 영화 스탭진이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위해 전라로 등장하는 장면은 눈요기 거리로 충분하다.

장국영과 서기의 연기력은 인기도에 비해 떨어진다.

홍콩의 뉴웨이브 감독 이동승이 메가폰을 잡았다.

18일 개봉예정.

< 이성구 기자 s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