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는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금속활자와 더불어 고려시대 4대 문화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적인 면이나 신앙적인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백의 아름다움,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색조 등 다른 시대의 불화들이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제때 고려불화에 관심을 둔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일본인들이 사족을 못쓰는 도자기만 수집했을 뿐 불화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약탈에도 무방비 상태여서 수많은 불화가 일본으로 밀반출됐다.

현재 남아있는 고려불화는 기껏해야 1백여점에 불과하다.

1979년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일본 대화문화관에서 되사온 아미타삼존도
(국보 제218호.호암미술관 소장)는 현존하는 고려불화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화려한 색상과 정교한 묘사, 치밀한 구도가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옷의 주름에도 불구하고 금무늬가 항상 둥근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세련된 얼굴표정과 늘씬한 몸매의 표현기법 등 탁월한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이 불화에는 아미타불 지장보살 관음보살이 그려져있다.

구름무늬 상의를 걸친 아미타불은 오른손을 내려뜨려 왕생자(죽은 사람)를
극락으로 인도하는 모습이다.

지장보살은 오른손에 보주(구슬)를 든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관음보살은 허리를 굽혀 연화대좌(극락세계에 있다는 대)를 두손으로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조유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지장보살과 관음보살 아미타여래로 이어지는
삼각구도가 팽팽한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그림 전체에 여유와 탄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