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엔 온기가 가득하다.

화사한 얼굴로 달려와 ''남쪽내음''을 활짝 터뜨린다.

도심 거리의 껑충한 가로수는 머리단장을 새로 하고 빨강 노랑 수줍은
꽃망울엔 새 생명의 신비가 꿈틀댄다.

따스한 봄볕이 사방에 번지고 있다.

봄맞이 여행의 계절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길을 나서 보자.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봄이 먼저 시작되는 곳 8선''이 요즘 여행지로 그만
이다.

초록의 배추밭과 마늘밭, 동백과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다도해의 풍광을
곁에 끼고 드라이브하기에 알맞은 곳들이다.

[ 해남 산이반도 ]

인공 담수호인 영암호와 금호호에 둘러싸인 곳이다.

높은 산이라고 해야 해발 2백m도 안되는 금성산이 전부인 드넓은 평야지대
다.

산이반도를 관통하는 도로 곁에는 "녹색의 융단"이 깔려 있다.

월동배추 감자 보리 마늘 양파밭이 끊임없이 뒤를 따른다.

이 자연의 초록빛이 이곳 여행의 매력포인트.

여행 명소로는 보해매실농원을 꼽을 수 있다.

1979년에 조성된 12만평 규모의 이 농원은 매년 3월 중순께 매화가 만발,
해남땅을 흰색과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올해는 25일 무렵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화 단지는 동백나무 울타리로 둘러쳐져 있다.

농장 사무실에선 남으로 금호호를, 북으로 영암호를 볼 수 있다.

해발 1백m 정도인 주성산 정상도 산이반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
구실을 한다.

영암 방조제와 금호 방조제는 갈치와 숭어 낚시터로 각광받고 있다.

[ 광양 섬진마을 ]

섬진강을 낀 전라도쪽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에 매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마을이 섬진마을이다.

그 중에도 특히 청매실농원의 매화가 으뜸이다.

청매실농원은 백운산 자락이 섬진강을 만나 허물어지는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농원 중턱에서 보면 굽이치는 섬진강과 강 너머 하동마을이 동양화처럼
수수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농원 주인은 매화박사로 통하는 홍쌍리씨.

홍씨의 시아버지 율산 김오천 선생이 흘린 땀내음도 배어 있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매화꽃은 세가지.

하얀 꽃에 푸른 기운이 섞인 청매화, 복숭아꽃처럼 붉은 빛이 도는 홍매화,
눈이 부시게 하얀 백매화다.

열매는 빛깔에 따라 청매 황매 금매로 나뉜다.

홍쌍리씨가 제일로 치는 매화는 6년째 되는 나무에서 피는 매화다.

올해엔 오는 11~19일 농원 일대에서 광양매화축제가 열린다.

하동쪽 섬진강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 고흥 나로도 ]

나로도는 내나로도와 외나로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의 기암괴석, 쪽빛 바다, 백사장, 송림, 통통배와 계단식 논밭 등
독특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겨울이 없다고 할 정도로 봄기운이 빨리 찾아오는 곳이다.

고흥과 내나로도를 잇는 다리와 두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건설돼 있다.

내나로도에서는 덕흥 해변이 볼만하다.

일출과 월출을 모두 볼 수 있는 이곳은 방풍림으로 심어 놓은 송림이 인상적
이다.

마을로 내려가기 직전 도로변에서 보는 해변 전경을 놓칠 수 없다.

외나로도 동쪽의 하반마을은 일출 감상 명소로 소문이 나 있다.

외나로도 서쪽 염포마을은 완도군의 많은 섬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
하기에 좋다.

동백보다 노란 열매의 유자나무가 많은 게 이채롭다.

[ 여수 돌산도 ]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큰 섬이다.

여수와 돌산도를 이어주는 돌산대교 자체가 볼거리다.

돌산공원 무술목전적지 향일암 등 명승지와 유적지가 많다.

자동차로 섬 주위를 돌아보는 맛이 괜찮다.

섬 일주엔 1~2시간 걸린다.

다도해 특유의 섬과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 양식장, 도로 주변의 소나무숲
과 동백, 억새가 만들어내는 풍취가 상춘객들을 취하게 만든다.

특히 향일암 주변에 우거진 동백숲의 경관이 빼어나다.

돌산대교 아래에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지휘했던 거북선이
실물 모형으로 건조돼 있다.

[ 거제 여차해변 ]

거제도 최남단의 해변마을이다.

배를 몽돌밭으로 끌어올릴 때 주민들이 힘을 합쳐 "어기여차"를 외친 데서
마을 이름을 따왔다.

까마귀재를 넘어 홍포마을로 가는 비포장 해안도로가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
높다.

해안절벽 한쪽에 만들어진 주차장에서 보는 남해의 섬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도로는 해안 경관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포장하지 않았다.

고깃배와 폐가가 대비되는 마을 전체의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고깃배를 타고 나가 하는 바다낚시의 손맛이 일품이다.

해녀들의 물질도 볼 수 있다.

[ 고성 자란만 ]

공룡 발자국이 있는 상족암군립공원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
이다.

해안도로 드라이브는 봄기운을 포만감이 느껴지도록 맛볼 수 있다.

동쪽 끝의 포교마을은 그림엽서 같은 모습이 아름답다.

봄이면 마을 여기저기에 하얀 찔레꽃이 피어난다.

올망졸망 누워 있는 섬풍경을 내려다보는 맛도 잔잔하다.

5월부터 가을까지 나는 하모(갯장어)가 일품이다.

회나 구이, 살짝 데치기도 하는 하모 요리는 마을주민들이 자랑하는 먹거리.

[ 통영 미륵도 ]

2개의 다리와 한개의 해저터널로 통영과 연결돼 있는 섬이다.

23km의 해안도로인 산양관광도로에서의 드라이브가 백미다.

아름다운 해안굴곡과 언덕, 한적한 포구정경 등 다도해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도로 곳곳에는 동백나무들이 빨간 꽃을 피우며 자태를 뽐낸다.

일주도로 기점인 도남동에서는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도로 남쪽의 달아공원은 남해의 멋들어진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다.

용화사와 미래사를 잇는 호젓한 등산로를 걸어보는 것도 이 지역 관광의
묘미다.

[ 남해 미조만 ]

남해군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2개의 유인도와 16개의 작은 섬이 널려 있다.

물미도로라 불리는 해안도로는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계절별로 색다른 느낌을 주는 바다와 섬, 기암괴석의 모습들이 더없이 좋다.

미조항에서 뒤쪽으로 송정해수욕장에 이르는 드라이브 코스도 가볼만하다.

해안가에 펼쳐진 마늘밭의 파릇파릇한 새싹이 청정해안 풍경과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