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에서는 레미콘의 생산 권한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건설현장에서 레미콘을 자체 생산하는 행위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하는 것으로 규제개혁위원회가 협의한데서 비롯됐다.

이 의안이 확정되면 건설현장에서 레미콘을 자체 생산할 경우 해당지역
레미콘업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레미콘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70년대다.

당시엔 매우 혁명적인 존재였다.

주문만하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급속히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레미콘생산량은 지난해 1억세제곱m를 웃돌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

시멘트 소비량 가운데 70%가 레미콘용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모든 건설공사에서 레미콘을 의무적으로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레미콘공장에서 제조된 레미콘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용이 편리하고 또 건설
현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을 직접 생산하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대개 레미콘 공급이 불가능하거나 품질 확보를 위해 필요한 때다.

예를들어 고강도가 요구되는 경우 혹은 대량의 콘크리트를 연속해서 사용할
경우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건설현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것이 훨씬 품질이
좋다.

공장 공급이 가능하더라도 장거리운반과정에서 변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레미콘은 생산한 후 90분내에 시공이 완료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나 산간벽지.오지에서는 당연히 현장생산이
필요하다.

그런가하면 건설현장에서 레미콘을 자체 생산하는 것이 오히려 원가를 절감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도로 건설공사에서는 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래.자갈을
재활용할 경우 생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적정 품질을 가진 제품을 보다 낮은 가격에 사용
하려는 것은 수요자의 권리다.

이를 해당시장에서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비근한 예로 제과점 경영이 어렵다고 가정에서 제과.제빵행위를 금지할 수
있겠는가.

또 건설현장의 레미콘 자체생산을 규제하지 않을 경우 레미콘업체가
경영난에 봉착한다는 것도 기우다.

현재 레미콘 생산량 가운데 건설현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비율은 5%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현장에서 직접 레미콘을 생산할 것인가, 아니면 레미콘공장에서
조달할 것인가는 발주자와 건설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건설현장에서 자체 생산하는 레미콘에 대하여도 명확한 품질보증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레미콘업계에서는 규제에 의존해 수요를 확보할 것이 아니라 보다 양질의
레미콘을 생산하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고품질의 레미콘을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다면 수요자는 당연히 그것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안전연구원.공학박사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