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표 < 서울대 교수 / 경제학 >

대우사태는 지난 몇달동안 우리경제에 실로 큰 부담을 주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러할 것이다.

대우의 채무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우 채무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조정사 설립에 대한 지난 1일자 한경 보도는
개운치 못한 이런 사정을 다소 밝히는 좋은 소재이다.

3~4월중 관련법 제.개정을 거쳐 6월에 국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미래의 사안이기는 하나 대우의 워크아웃을 순항하게 할 여지를 가지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구조조정기구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새로운 기구를 또 만든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북유럽의 전례를 볼 때 우리의 구조조정자금의 80~90% 이상은 궁극적으로는
우리 안에서 동원되어야 하고 현 상황에서 이런 재원은 결국은 개인저축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제시된 방안은 이를 위한 여러 가능한 것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방안을 채택하는 데 IMF사태 발생 이후 2년이 걸렸다는
점에 대해 만시지탄을 금하기 어렵다.

코스닥시장에서의 자본동원의 성공은 최근 많은 벤처기업과 이들의 지원을
위한 창업투자회사를 불러 왔다.

이러한 열풍은 과열을 걱정하게까지 만들었다.

또 그 이면에서는 새로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과 이를 적절히
관리할 능력을 지닌 벤처관리자를 갖추지 못한 이른바 "무늬만 벤처"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벤처사업에 쓰겠다고 동원한 자금을 부동산투자 등 사업외 목적에
투자하는 투기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투사들도 우후죽순으로 많아졌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창투사가 1백개, 창업투자조합이 1백66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이 별 경험 없이 새로 뛰어든 분야에서 과당경쟁이나 부당행위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염려를 갖게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를 하겠다고 동원한 자금은 반드시 해당 벤처
사업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벤처를 하다 실패하면 다른 벤처를 다시 시도하고 이들의 사업계획은 안목
있는 벤처투자가들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다.

평균 35대 1의 좁은 관문을 통과해서 투자를 받고 결과적으론 벤처사업의
최종성공률이 3%내외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사정과 우리 실정을 비교할 때 국내 벤처시장에도 벤처기업의 옥석을
구분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과열을 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2일자 1면 "일부 창투사 탈법 위험수위"는 매우 시의적절한
기사이다.

이어 3면에서 불법.탈법의 10대 유형을 소개해 간접적으로나마 위험경고를
발한 것도 타당하다.

그러나 보증을 요구하는 투자관행, 모럴해저드에 대한 방화벽의 부재 등에
대한 비판이 실리콘밸리의 시각에 치우진 점은 아쉽다.

또 창투사나 대주주가 상장전에 불특정다수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행위에
대한 제한이 부재함을 지적한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대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대해서는 둔감한 듯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그저 중소기업관리공단을 통해 창투사 관리지침을 만들고 지침을 위반하는
창투사에 대해 경고조치하거나 세제지원대상에서 빼겠다고 한 정부조치를
아무런 평가없이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창투사의 탈법문제를 1면 톱기사로
취급한 의도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2월 무역수지가 8억달러 흑자를 냈다는 것, 그것이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의 월말수출 급증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보도를 배경으로 한 2일자 사설은
이것의 원인이 정부개입에 의한 통관 앞당기기 밀어내기식 수출의 결과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사설은 설사 그렇더라도 이것이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오래간만에 정부가 수출독려에 나섰다는 반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올해 1백20억달러의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출증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고 이를 위해 정부가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함은
자명하다.

이에 환율의 안정적 운영을 강조하고 엔화약세 및 외국인주식투자자금 유입
등에 의한 원화강세를 경고하는 것에는 동조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필요를 제도화하는 방식인 올바른 환율제도선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 아쉽다.

IMF와의 구조조정 차관시 우리는 환율제도를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도로
바꿨다.

상당한 자본유출입의 상황에서 이것은 무서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는 환율제도에 대해 말을 삼가고 있다.

이 사설도 여기에 예외는 아니었다.

< chonpyo@plaza.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