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공단과 길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섬, 오이도.

3월이면 오이도는 지도상에서 영영 사라진다.

수자원공사가 섬을 매립해 시화공단 배후단지인 상가를 만들기 때문이다.

개발논리에 밀려 섬을 떠나는 사람들, 섬과 함께 사라지는 "갯벌"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EBS가 6일 오후10시에 방영하는 "하나뿐인 지구-오이도 갯벌에 대한 명상"
은 사라져 가는 서해안의 섬 "오이도"에서 벌어지는 개발의 두 얼굴과 주민들
삶의 터전인 갯벌의 운명을 조명한다.

수 많은 갯벌을 메우고 들어선 서해안의 간척지.

이처럼 늘어난 땅은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까.

제작진은 사라지기 직전의 오이도를 훑으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박영홍씨는 오이도에서 27대를 살아온 오이도 토박이.

그에게 섬앞머리의 갯벌은 한시간만 일하면 하루소득이 보장되는 "보고"
이자 추억의 터전이다.

유년시절 갯벌에는 동죽이며 바지락이 즐비해 손으로 주워 담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날 섬앞에 들어선 공단과 시화호는 그로부터 섬의 "허파"인
갯벌을 앗아갔다.

공장에서 뿜어내는 오물로 갯벌은 생명을 잃고 병들어갔다.

좁아진 갯벌에선 더이상 예전의 인정을 찾아볼수 없다.

사람들은 횟집을 차리고 노래방을 여느라 빚을 냈지만 소득은 예전만
못하다.

황량해진 갯벌만큼이나 사람들의 이런 모습은 박씨에게 생경하기만 하다.

서해노을이 좋아 딸아이 이름을 노을이라 지었다는 박씨.

평범한 어부였던 그를 환경투사를 바꿔 놓은 것은 다름아닌 오이도 갯벌의
운명이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