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참蝸角上, 半世覓功名.
자참와각상 반세멱공명

부끄럽도다 달팽이 뿔 위에 붙어 사는 것 같은 꼴에, 반평생을 공명 찾아
헤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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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식이 그가 엮은 오언율시 감로사차혜원운(甘露寺次惠遠운)의 마지막
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사람이 사는 세상의 넓이라는 것이 고작 달팽이 머리 위에 붙어 있는
두개의 더듬이 사이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 그 사이에서 서로 아옹다옹 싸우고
공명을 찾아 평생을 헤매니 그 꼴이 스스로 부끄럽다 한 것이다.

당 백거이도 그의 잡시에서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번쩍하는 불빛 사이에 이 몸을 기대고 사는 것을(蝸牛角上爭何事,
石火光中奇此身)"이라고 말해 사람의 일생이 참으로 덧없는 것임을 나타냈다.

그런데 우리네 정치인들은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지역감정만 부추기고 다니니
참으로 그 꼴이 가련할 뿐이다.

이병한 <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