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정책인프라 개발에 힘쓰겠습니다.
지난 한해동안 산업현장을 샅샅이 훑고 다니며 들은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본격 반영하기 위한 것이지요"

중소기업 정책의 총지휘자인 안병우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중소.벤처
기업정책 "틀짜기"의 제2라운드를 이같이 본격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점퍼 입고 공단을 누비는 장관"으로 불린다.

중소기업인들을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한발짝이라도 더
현장에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는 게 안 위원장의 소신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중기특위 사령탑을 맡아 틈만 나면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문제가 있고 해답도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는 현장중시 정책을
실천했다.

중기특위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장관급 자리라곤 하지만 실제로
일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인력자원은 턱없이 모자란다.

정부부처 및 관련기관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박사급 전문인력 24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사무국 조직이 전부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안 위원장은 성격이 불분명해 보이던
중기특위를 중소.벤처기업정책의 총괄 심의.조정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 정부부처들이 참여한 가운데 4번에 걸쳐 중기특위위원회를
개최, 21건의 현안과제를 심의하고 정책화시켰다.

안 위원장은 "예산귀신"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옛 경제기획원 시절부터 예산실에서 잔뼈가 굵었고 나라살림 전체를 다루는
예산실장과 예산청장을 맡았다.

예산전문가답게 난마처럼 얽혀있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체계를 수술대에
올렸다.

일부 정책자금의 부처별 유사.중복문제, 지원조건의 불공평 등을 개선하기
위해 실력발휘에 나섰다.

국무회의에도 보고한 개선방안을 올해부터 시행, 내년 예산편성에 반영시킬
계획이다.

"중소기업 관련 법제도 정책자금 문제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일부에선 "누더기 법제"라고도 하더군요.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정리해볼
계획입니다"

안 위원장은 법제정비와 함께 중소기업 관련 각종 통계를 개발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2백70만 중소기업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읽어서 필요한
정책수단을 동원하기 위해서다.

또 오는 8월엔 "중소기업 백서"를 발간, 중소기업에 대한 총결산을
시도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한편 안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전국을 휩쓸고 있는 벤처열풍에 대해선 일부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벤처창업이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신규창업을 적극 유도할 생각이다.

"정부정책이 너무 벤처에만 치우쳐 기존 중소기업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을 쏟고
있습니다. 중기특위 역시 한국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에 대해 애정을 갖고
정책을 만들겠습니다. 상반기엔 정책자금 문제를 마무리짓고 하반기엔
인력지원 문제에 역량을 모을 작정입니다"

< 안상욱.장경영 기자 sangwoo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