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유럽간에 "인터넷 비단길"이 뚫린다.

과거 아시아와 유럽간의 교역이 실크로드를 통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두
지역을 잇는 통로가 초고속정보통신망이 되는 셈이다.

이번 구상은 김대중 대통령이 유럽 4개국을 순방하면서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데 한국의 주도로 "전자상거래망"이 구축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번 유럽순방중 어느 현안 못지않게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고, 유럽 연구시험망
(TEN-155) 주도국인 독일로부터도 이미 실무차원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냈다고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6일 밝혔다.

김 대통령은 유럽 4개국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구촌에서 전자상거래의
사각지대가 생기면 결국 선진국들에게도 부담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면 유럽
과 아시아 지역간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제안했다.

아시아를 사이버 시대의 소외지역으로 놔두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유럽정상들도 이에 공감하고 빠른 시일안에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자고
거들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과 유럽 4개국 정상들은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주의제로 의논하게 된다.

이 정보통신망은 올연말부터 본격 추진된다.

우선 유럽 역내 연구기관간에 구축된 연구시험망(TEN-155)과 서울과 대전
간의 43개 연구기관에 구축된 연구시험망(KOREN)이 시베리아 지역에 깔린
광통신망으로 연결된다.

그 다음 단계로는 아태경제협력각료회의(APEC)에서 결정돼 연결된 한.일
(98년), 한.싱가포르(99년)간의 광통신망에 이어 2002년까지 한.중, 한.미
간에도 이를 연결해 아태정보통신망(APII)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아시아 및 태평양지역의 망을 전자유럽망(eEUROPE)과 연결시키는 것이
구상의 골자다.

이 초고속망의 구축이 완료되면 엄청난 후속 효과가 기대된다.

이기호 경제수석은 "오는 2003년쯤부터 아시아와 유럽간 전자상거래액이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한국이 초고속망 구축을 주도하게 되면 전자
상거래액 수익의 10% 정도는 한국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유럽국가와 아시아지역의 교역 규모는 1천4백91억달러(98년 기준)로
세계 전체 교역량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가닥을 잡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구상을
차질없이 성사시키기 위해 그동안 관련국가들과 꾸준히 물밑접촉을 벌여
왔다.

< 파리=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