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2) 제1부 : 1997년 가을 <1>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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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석이 진성호가 앉아 있는 상좌 옆자리에서 일어나 직사각형 테이블의
상좌 정면에 있는 벽 쪽으로 갔다.
그 벽에는 화이트보드가 붙어 있었다.
황무석은 수성펜을 들고는 화이트보드를 등뒤에 둔 채 진성호와 마주보는
자리에 섰다.
"오늘 사장단 회의의 목적은 2000년까지의 대해그룹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대해그룹이 그룹의 주가시세 총액 기준으로 10대 그룹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의 시작과 함께 기존 사업 부문 중
전망이 밝은 사업 부문의 확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새로운 사업은 인터넷 관련 사업을 가리킵니다.
그럼 도표를 사용해 설명드리겠습니다."
황무석은 화이트보드에다 수성펜으로 도표를 그렸다.
도표를 다 그린 황무석이 돌아서서 진성호의 동의를 구하는 듯 그에게
시선을 보냈다.
진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무석은 와이셔츠 주머니에 꽂힌 펜을 빼내 화이트보드 옆에 서서 도표의
맨 아랫부분의 첫번째 박스인 인터넷 사업이라고 쓴 항목을 짚었다.
"1997년 9월 5일 오늘 현재 인터넷 관련 사업의 일부는 이미 진척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난달 인터넷을 통해 예약 서비스를 하는 업체를 인수
하였습니다.
인터넷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현세 기획담당 이사가 설명을
하겠습니다.
"테이블에서 떨어져 따로 벽쪽 의자에 앉아 있던 40대 초반의 이현세
이사가 일어나 앞쪽으로 걸어나갔다.
"사장단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이현세 이사는 그동안 인터넷 사업 준비를
위해 애를 많이 써왔습니다."
진성호 회장이 앉은 채 말했다.
이현세 이사가 사장단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저 자신 경제학을 전공했지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므로 인터넷을 기술적으로
설명할 자격은 없습니다만, 우선 저희 그룹이 인터넷 사업 분야로 진출해야
할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인터넷은 미국에서 1990년경에야 널리 퍼지기 시작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산업입니다.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현재 진행중이므로 아직 단정할 수 없으나,
많은 학자들이 20세기 초에 일어난 영화나 자동차산업만큼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리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소위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말입니까?"
계열사 사장 중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럼 아날로그 시대는 끝났다는 말인가요?"
또 다른 계열사 사장이 아는 체를 했다.
"우린 말이요, 디지털 세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날로그 세대에도 속하지
않는 세대란 말이오. 그걸 무슨 세대라고 하는지 아시오?..."
국회의원을 지낸 60대 중반의 박인호 사장이 주위를 둘러본 후 말을 이었다.
"주판 세대라는 거요. 여기 있는 많은 사람이 주판 세대에 속한다는 거요."
말을 마친 박인호 사장이 껄껄 웃었다.
그곳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이 따라 웃다가 진성호의 언짢은 표정을 보고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
상좌 정면에 있는 벽 쪽으로 갔다.
그 벽에는 화이트보드가 붙어 있었다.
황무석은 수성펜을 들고는 화이트보드를 등뒤에 둔 채 진성호와 마주보는
자리에 섰다.
"오늘 사장단 회의의 목적은 2000년까지의 대해그룹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대해그룹이 그룹의 주가시세 총액 기준으로 10대 그룹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의 시작과 함께 기존 사업 부문 중
전망이 밝은 사업 부문의 확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새로운 사업은 인터넷 관련 사업을 가리킵니다.
그럼 도표를 사용해 설명드리겠습니다."
황무석은 화이트보드에다 수성펜으로 도표를 그렸다.
도표를 다 그린 황무석이 돌아서서 진성호의 동의를 구하는 듯 그에게
시선을 보냈다.
진성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무석은 와이셔츠 주머니에 꽂힌 펜을 빼내 화이트보드 옆에 서서 도표의
맨 아랫부분의 첫번째 박스인 인터넷 사업이라고 쓴 항목을 짚었다.
"1997년 9월 5일 오늘 현재 인터넷 관련 사업의 일부는 이미 진척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난달 인터넷을 통해 예약 서비스를 하는 업체를 인수
하였습니다.
인터넷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현세 기획담당 이사가 설명을
하겠습니다.
"테이블에서 떨어져 따로 벽쪽 의자에 앉아 있던 40대 초반의 이현세
이사가 일어나 앞쪽으로 걸어나갔다.
"사장단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이현세 이사는 그동안 인터넷 사업 준비를
위해 애를 많이 써왔습니다."
진성호 회장이 앉은 채 말했다.
이현세 이사가 사장단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저 자신 경제학을 전공했지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므로 인터넷을 기술적으로
설명할 자격은 없습니다만, 우선 저희 그룹이 인터넷 사업 분야로 진출해야
할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인터넷은 미국에서 1990년경에야 널리 퍼지기 시작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산업입니다.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현재 진행중이므로 아직 단정할 수 없으나,
많은 학자들이 20세기 초에 일어난 영화나 자동차산업만큼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리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소위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말입니까?"
계열사 사장 중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럼 아날로그 시대는 끝났다는 말인가요?"
또 다른 계열사 사장이 아는 체를 했다.
"우린 말이요, 디지털 세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날로그 세대에도 속하지
않는 세대란 말이오. 그걸 무슨 세대라고 하는지 아시오?..."
국회의원을 지낸 60대 중반의 박인호 사장이 주위를 둘러본 후 말을 이었다.
"주판 세대라는 거요. 여기 있는 많은 사람이 주판 세대에 속한다는 거요."
말을 마친 박인호 사장이 껄껄 웃었다.
그곳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이 따라 웃다가 진성호의 언짢은 표정을 보고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