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주가관리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려는 움직임이 확산
되고 있지만 실제 자사주 소각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올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또 자사주 소각(자본금 감소)은 채권자(금융회사)들에겐 오히려 손해라는
점에서 이해당사자들 간에 논쟁도 피할 수 없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 소관부처들은 일단 자사주 소각요건을
풀어준다는 원칙은 정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상법을 고치거나 증권거래법에 특례조항을 신설해야
하는데 다음달에 총선이 끼어 있어 법개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3,4월중엔 국회가 열리기 어려워 16대 국회 원구성이 이뤄진 5,6월께나
심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방침이 조속히 확정돼도 시행시기는 빨라야 오는 7월 이후가
된다.

현행요건은 상장법인이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뒤 실행에 옮기기까지 줄잡아
3개월 가량 걸린다.

1개월동안 채권자들의 반대의사를 접수받고 주총을 소집한뒤 특별결의(참석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이 상장법인들의 주가관리 대책이 되려면 이런 절차를 간소화
하고 주총 의결요건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간소한 방법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다.

이는 채권자들의 강한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채권자 이의제출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시켜 이번에
더 줄이기도 쉽지 않다.

또 주가관리만을 위해 자본금 감소가 수시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소지가
있다는게 정부시각이다.

세무당국 입장에서도 자사주 소각이 남발되면 세수 감소문제가 생겨 반대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배당할때 배당소득세를 걷지만 이 돈으로 자사주를 사서
소각할때 의제배당으로 볼지도 논란거리다.

결국 자사주 소각요건 완화방침이 확정되기까진 복잡한 절차 만큼이나
까다로운 논란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