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벤처와 농악의 공통점 .. 이언오 <삼성경제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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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빠르게 진짜로 변하고 있다.
디지털이 유발하는 충격이 산업과 생활의 근본을 흔드는 중이다.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는 벤처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1년전만 해도 빈사상태에 있던 코스닥 시장이 폭등해 수천억원대의 벤처
자산가들이 여럿 등장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벤처로 핵심인력이 빠져나가는 엑소더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한쪽에서는 무늬만 벤처인 사이비들을 솎아내야 한다고 벼르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유별난 우리의 벤처 열풍을 해석할 수 있는 코드는 과연 무엇일까.
얼마전 충남 금산에서 작은 이벤트가 있었다.
대전 지역의 벤처기업 사장들과 가족 40여명이 대보름 축제에 다녀 왔다.
너무 잘 나가서 걱정된다고 할 정도인 테헤란밸리와는 달리 대전 지역은
비교적 오염이 덜 됐고 기술이 탄탄한 알짜 벤처기업들이 많다.
서울에서는 벤처기업협회 기업연구소 등에서 참여했다.
관련 공무원들도 초청했지만 아쉽게도 오지 못했다.
금산군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서 벤처 사장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감칠맛나는
우리 문화를 그것도 가족과 함께 즐겼다.
일정에는 칠백의총 참배가 포함됐다.
칠백의총은 임진왜란 당시 한명도 후퇴하지 않고 왜군과 맞서 싸우다가
순절한 7백명의 민초들을 모신 곳이다.
올해말 개통 예정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의 금산 구간에는 왜벌교라는
다리가 놓인다.
왜를 무찔렀다고 전해지는 동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벤처는 경제전쟁에서 나라를 지키는 이 시대의 민초다.
"벤처"와 "민초"는 발음까지도 비슷하다.
행사의 백미는 장동마을에서 열린 대보름 축제에 참가한 것이었다.
금산은 인구가 6만을 조금 넘는데 군민중 6백명이 농악을 할 줄 안다.
금산 농악은 힘찬 몸짓, 담백한 가락, 다소 빠른 장단이 특징이다.
농악은 농촌의 보통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전승시켜 온 종합예술이다.
상쇠가 선도를 하면 그것에 따라 십수명이 함께 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인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구경꾼들도 신명에 몸을 맡기고 판에 어울린다.
한국 사람의 유전자 속에는 당연히 수천년을 내려온 농악 장단이 각인돼
있다.
벤처 사장들은 농악 장단이 울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쳐 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시대의 프런티어에 있는 벤처와 가장 낙후됐다고 평가받는 농촌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꽹과리 징과 같은 지극히 단순한 악기들이 농악의 판을 주도한다.
농악 장단이 벤처 사장들의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디지털 코드와 공명현상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을까.
원래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유목민 생활을 했다.
DNA에는 광대한 대륙을 달리던 시절의 말발굽 소리가 디지털 신호로 기록
되어 있다.
DNA는 생명 현상중 유일하게 디지털로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공명현상은 외부 충격의 진동수가 개체의 고유 진동수에 접근할 때 발생한다
에너지가 축적되면 진폭이 커지고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군인들의 행군이 다리를 무너지게 만드는가 하면 오페라 가수의 노래는
포도주 잔을 깨뜨리기도 한다.
코스닥 주가의 급등, 휴대폰과 인터넷의 확산, 벤처의 부상 등은 디지털
혁명과 우리 유전자가 일으키는 공명현상이다.
유교, 식민지배, 개발독재 등으로 억눌려 있던 고유의 기질이 이제 새로운
조류를 맞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제대로 공명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교육계 등은 벤처가 만들어내는 공명현상을 이해조차 못하는 것
같다.
벤처는 종업원들의 신명을 끌어내는 놀이판이다.
비전 있는 창업자가 종업원과 고락을 같이 하면서 흥을 돋운다.
시장은 장래 가능성을 평가해 주가를 높게 형성시킨다.
사물놀이에서 분위기가 고조되면 사설이 절로 터져 나오듯이 벤처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
벤처가 일으키는 지금의 소용돌이는 앞으로 계속 증폭돼 우리 사회 전체를
바꾸게 될 것이다.
음악은 귀로 듣지 말고 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디지털 혁명도 몸 전체로 받아들여야 공명을 일으키고 흐름을 탈 수 있다.
무늬만 벤처인 기업, 프로가 아니면서 스톡옵션으로 한 몫 챙기려는 기술자,
과거의 정책 틀로 벤처 육성에 나서는 관료 모두 놀이판의 어설픈 구경꾼에
불과하다.
척박한 땅에서 벤처가 크고 있으니 진정 소중한 출발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디지털 혁명의 파도가 우리에게 밀어닥쳤다.
벤처는 그것을 가장 앞서 맞이하고 있는 전사들이다.
우리 DNA에 들어있는 디지털 코드를 제대로 읽어내야 할 시점이다.
< serileo@seri21.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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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해양학과, 경영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박사
<>저서:21세기 성장엔진을 찾아라(공저)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
디지털이 유발하는 충격이 산업과 생활의 근본을 흔드는 중이다.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는 벤처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1년전만 해도 빈사상태에 있던 코스닥 시장이 폭등해 수천억원대의 벤처
자산가들이 여럿 등장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벤처로 핵심인력이 빠져나가는 엑소더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한쪽에서는 무늬만 벤처인 사이비들을 솎아내야 한다고 벼르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유별난 우리의 벤처 열풍을 해석할 수 있는 코드는 과연 무엇일까.
얼마전 충남 금산에서 작은 이벤트가 있었다.
대전 지역의 벤처기업 사장들과 가족 40여명이 대보름 축제에 다녀 왔다.
너무 잘 나가서 걱정된다고 할 정도인 테헤란밸리와는 달리 대전 지역은
비교적 오염이 덜 됐고 기술이 탄탄한 알짜 벤처기업들이 많다.
서울에서는 벤처기업협회 기업연구소 등에서 참여했다.
관련 공무원들도 초청했지만 아쉽게도 오지 못했다.
금산군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서 벤처 사장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감칠맛나는
우리 문화를 그것도 가족과 함께 즐겼다.
일정에는 칠백의총 참배가 포함됐다.
칠백의총은 임진왜란 당시 한명도 후퇴하지 않고 왜군과 맞서 싸우다가
순절한 7백명의 민초들을 모신 곳이다.
올해말 개통 예정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의 금산 구간에는 왜벌교라는
다리가 놓인다.
왜를 무찔렀다고 전해지는 동네의 이름을 딴 것이다.
벤처는 경제전쟁에서 나라를 지키는 이 시대의 민초다.
"벤처"와 "민초"는 발음까지도 비슷하다.
행사의 백미는 장동마을에서 열린 대보름 축제에 참가한 것이었다.
금산은 인구가 6만을 조금 넘는데 군민중 6백명이 농악을 할 줄 안다.
금산 농악은 힘찬 몸짓, 담백한 가락, 다소 빠른 장단이 특징이다.
농악은 농촌의 보통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전승시켜 온 종합예술이다.
상쇠가 선도를 하면 그것에 따라 십수명이 함께 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인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구경꾼들도 신명에 몸을 맡기고 판에 어울린다.
한국 사람의 유전자 속에는 당연히 수천년을 내려온 농악 장단이 각인돼
있다.
벤처 사장들은 농악 장단이 울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쳐 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시대의 프런티어에 있는 벤처와 가장 낙후됐다고 평가받는 농촌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꽹과리 징과 같은 지극히 단순한 악기들이 농악의 판을 주도한다.
농악 장단이 벤처 사장들의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디지털 코드와 공명현상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을까.
원래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유목민 생활을 했다.
DNA에는 광대한 대륙을 달리던 시절의 말발굽 소리가 디지털 신호로 기록
되어 있다.
DNA는 생명 현상중 유일하게 디지털로 유전정보를 전달한다.
공명현상은 외부 충격의 진동수가 개체의 고유 진동수에 접근할 때 발생한다
에너지가 축적되면 진폭이 커지고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군인들의 행군이 다리를 무너지게 만드는가 하면 오페라 가수의 노래는
포도주 잔을 깨뜨리기도 한다.
코스닥 주가의 급등, 휴대폰과 인터넷의 확산, 벤처의 부상 등은 디지털
혁명과 우리 유전자가 일으키는 공명현상이다.
유교, 식민지배, 개발독재 등으로 억눌려 있던 고유의 기질이 이제 새로운
조류를 맞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제대로 공명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교육계 등은 벤처가 만들어내는 공명현상을 이해조차 못하는 것
같다.
벤처는 종업원들의 신명을 끌어내는 놀이판이다.
비전 있는 창업자가 종업원과 고락을 같이 하면서 흥을 돋운다.
시장은 장래 가능성을 평가해 주가를 높게 형성시킨다.
사물놀이에서 분위기가 고조되면 사설이 절로 터져 나오듯이 벤처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
벤처가 일으키는 지금의 소용돌이는 앞으로 계속 증폭돼 우리 사회 전체를
바꾸게 될 것이다.
음악은 귀로 듣지 말고 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디지털 혁명도 몸 전체로 받아들여야 공명을 일으키고 흐름을 탈 수 있다.
무늬만 벤처인 기업, 프로가 아니면서 스톡옵션으로 한 몫 챙기려는 기술자,
과거의 정책 틀로 벤처 육성에 나서는 관료 모두 놀이판의 어설픈 구경꾼에
불과하다.
척박한 땅에서 벤처가 크고 있으니 진정 소중한 출발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디지털 혁명의 파도가 우리에게 밀어닥쳤다.
벤처는 그것을 가장 앞서 맞이하고 있는 전사들이다.
우리 DNA에 들어있는 디지털 코드를 제대로 읽어내야 할 시점이다.
< serileo@seri21.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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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해양학과, 경영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박사
<>저서:21세기 성장엔진을 찾아라(공저)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