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장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널리 알려진 매장을 둘러보아도 제조연월일이나 유통기한을 찾을 수 없다.

영세한 매장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상품의 장점과 싼 값을 내세우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고객들도 유통기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
이다.

실물매장에선 제조연월일과 유통기한이 매우 중요하다.

주부들은 우유를 살 때 반드시 제조일자를 살핀다.

좀더 신선한 우유를 사기 위해서다.

건강보조식품이나 전자제품도 제조일자를 확인한 뒤 산다.

오래된 제품은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구식 모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조연월일과 유통기한은 상품에 관한 중요한 정보다.

식품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식품위생법에는 제조일자와 유통기한 표기에 관해 까다롭게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최악의 경우 3개월 제조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식품안전은 국민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 매장 제품에는 제조일자나 유통기한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인터넷쇼핑몰의 경우 제일제당의 "솔의눈" 6캔들이
한 박스를 3천8백원에 팔고 있다.

제품 사진 밑에는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자연건강음료"라고 씌어 있다.

하지만 어느 구석에도 제조연월일과 유통기한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전자제품 화장품 등 다른 상품도 마찬가지다.

선두권을 달리는 한 인터넷쇼핑몰에서는 S사의 전자수첩 "PA-6600H"를
6만9천5백원에 팔고 있다.

쇼핑몰측은 이 값이 "국내 최저가"라고 표기해 놓았다.

또 1천4백90명의 전화번호를 입력할 수 있고 캘린더 기능, 세계시간 기능,
영어회화 기능 등도 있다는 설명을 붙여 놓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제조일자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제품에는 제조연월일이 표기되어 있다.

문제는 인터넷상으로는 언제 생산된 제품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제일제당의 인지도로 보나 "솔의눈"을 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의 이름을
보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언제 생산된 제품인지도 알지 못한 채 제조회사와 판매회사만
믿고 주문하기엔 어쩐지 꺼림칙하다.

이름 없는 인터넷 매장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사실 시중에는 인터넷 매장에 대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처분하는
"땡처리장"이라는 혹평이 나돌기도 한다.

물론 진실과 거리가 먼 과장된 표현이다.

하지만 제품에 따라서는 맞는 말이다.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생산된 지 오래됐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분간하기가 어려울
따름이다.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자들도 제조연월일이나 유통기한을 표기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인정한다.

한결같이 "할 수만 있다면 표기하는게 옳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 매장의 경우 이를 표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가령 앞에서 예를 든 전자수첩의 경우 제품마다 제조일자가 제각각이어서
일일이 표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가 인터넷 매장에서 믿고 살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제조일자나 유통기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한 독자는 최근 배달된 E메일에서 "전자상거래에 관한 법과 제도를 정비할
때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에 관한 규정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keddy@ked.co.kr (www.ked.co.kr/keddy)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