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둘러싼 건설회사들의 수주 경쟁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서울 개포1단지 아파트 재건축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컨소시엄의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7일 삼성물산이 현대컨소시엄을 비난하는
비디오 테이프를 배포하고 있다며 삼성물산을 상대로 영상녹화물 제작 배포
상영 금지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문제의 비디오는 20여분 분량으로 현대를 암시한 "근대건설"의 아파트
입주자와 삼성아파트 입주자가 법정에 나와 근대건설의 아파트를 비난하고
삼성아파트를 선전하는 내용이다.

비디오에서 근대건설 아파트 입주자는 "근대건설이 재건축 후 예정공사비
보다 많은 건설비는 시공자가 책임진다고 하고는 입주가 끝난 뒤 초과부담금
을 입주자들에게 부담시켰다"며 "마무리 공사도 제대로 안돼 불만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반대로 삼성아파트 입주자는 "내가 사는 아파트가 주변에서 가장 시세가
높다"고 자랑하고 있다.

또 현대측 변호사는 별다른 해명이 없고 삼성측 변호사는 "우리는 약속을
지키는 회사"라며 재판부에 자료를 제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비디오의 결말은 재판부가 "삼성이 재건축의 전문가임을 확인한다"며
삼성측의 손을 들어주는 내용이다.

현대측은 소장에서 "근거없이 경쟁사를 비방하는 내용으로 비디오를
제작 유포하는 것은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개포1단지 재건축
시공자 선정 주민투표가 예정된 18일 며칠전에 재건축 아파트 입주예정자들
에게 비디오가 집중살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삼성측은 "지난달 27일 시공자가 결정된 개포4단지 아파트의
경우 2천여세대에 그 비디오테이프를 우편으로 발송했다"며 "상대방 비난
보다는 삼성건설이 재건축의 적임자임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측은 또 "비디오 테이프는 개포1단지 주민들에게는 배포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현대측의 가처분 신청은 의미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포동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는 현대컨소시엄, 삼성물산, LG건설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2천9백여 가구가 재건축되는 개포4단지의 시공권은
LG건설이 따냈다.

7천7백여세대가 재건축되는 개포1단지의 시공자는 오는 18일 주민투표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