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가 4억5천만달러에 삼성자동차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삼성차
채권단에 공식 전달했다.

삼성자동차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관계자는 7일 "르노가 7일 새벽 삼성차
매각주간사인 파리바 은행을 통해 삼성차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르노는 제안서에서 자사가 2억5천만달러, 삼성이 1억달러를 각각 투자해
합작회사를 세워 삼성차 자산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매각대금은 5천만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매년 영업이익의
10%씩 상환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채권단은 "제시가격이 너무 낮은데다 돈을 벌어서 갚는다는 지급조건을
받아들일수 없다"면서도 내주부터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혀 르노 매각협상
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7일 밤(한국시간) 조스팽 프랑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할 때 70%의 지분
으로 참여하는 것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조스팽 총리가 르노자동차의 삼성자동차 인수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데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김 대통령은 "르노자동차의 삼성자동차 인수문제는 해당기업과 채권은행이
결정하겠지만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헐값에 팔았다는 국민적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선 르노가 적정한 돈을 줘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스팽 총리는 "르노는 삼성자동차 인수를 통해 아시아에 본격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르노의 제안과 사업계획 =르노는 삼성자동차를 인수해 수년내에 20만대
를 생산할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와 삼성의 합작비율은 7대 3이며 합작회사를 통해 삼성차 부산공장
기흥연구소, 전국 영업망, 삼성차 상표사용권 등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르노는 향후 설비증설 등을 위해 1억6천5백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지분율
을 80%로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통해 한국 내수 시장의 10~15%를 장악할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같다.

르노는 삼성과의 협의를 통해 향후 10년간 삼성브랜드를 사용하고 당분간
삼성자동차 SM5를 생산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SM5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2002년 6월에는 1천5백~1천8백cc급
소형차 SM3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SM3 라인에서 르노나 닛산의 소형차를 생산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르노의 모델은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미건시닉, 닛산 모델은 센추라가
대상에 올라 있다.

이와함께 2003년에는 SM5를 베이스로 한 RV를 생산할 예정이다.

르노는 내년말까지 15만대 정도를 생산하고 2005년에는 40만대까지 생산량
을 늘릴 예정이다.

<> 채권단 반응 =채권단과 매각주간사인 파리바은행-KPMG 컨소시엄,
삼성자동차 관계자들은 7일 오후 대책회의를 열어 르노의 제안을 일단
거부키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평가된 삼성자동차 자산가치만 해도 1조4천억원
이 넘는데 4억5천만달러는 너무 낮다"면서 10억달러 선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특히 5천만달러만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영업이익의 10%씩 매년 상환
한다는 것은 전혀 받아들일수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르노의 제안을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 고민이다.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고 자칫하면 삼성자동차를 청산으로 내몰수도 있기
때문이다.

<> 정부 입장 =정부는 선거전에 삼성차라는 골칫거리를 해결했으면 하는
눈치다.

르노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것만으로도 국제신인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따라서 재경부는 르노가 당초보다 약 5천만달러를 더 제시한 것에 대해
호의적인 분위기다.

산업자원부는 이미 지난 6일 부산지역경제활성화대책단 회의를 열어 삼성차
매각이 원활히 이뤄질수 있도록 지원키로 하는 등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르노와 채권단이 합리적 가격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파리=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김용준 기자 juny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