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연구원장 >

김원장은 한창때의 베스트스코어가 71타를 기록할 정도로 수준급 아마추어
골퍼다.

싱글핸디캡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골프인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판에 언더파를 쳤으니 주말골퍼들의 부러움을 살만하다.

김원장이 언더파를 치고 로핸디캡을 유지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골프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력 25년의 그가 지금까지 골프를 치면서 항상 염두에 둔 것은 "수분지족"

분수를 알고 만족할줄 알라는 뜻이다.

인생의 축소판이랄수 있는 골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구분족십분일"이라는 말도 좋아한다.

골프나 인생이나 매사에 9할정도에서 만족하면 될 것을 10할을 취하려다
낭패를 본다는 것이다.

물론 그에게도 "골프 몰입기"가 있었다.

타의에 의해 반년정도 쉴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연습장 6개월분 이용료를
한꺼번에 낸뒤 매일 몇박스씩 쳤다.

당시는 드라이버샷의 궤도를 낮게 높게 조절하고, 페이드와 드로를 마음대로
구사했다.

7번아이언 하나만으로 1백50, 1백30, 1백m를 칠 정도였다.

그는 "골프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들려주곤 한다.

"스코어 1백을 깨려면 헤드업을 하지 말고 90을 깨려면 힘을 빼라.
싱글핸디캡을 치려면 마음을 비우라"

특히 언더파를 몇번 쳐본 경험자로서 70대에 진입하려는 골퍼들에게 25년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설파한다.

첫째 자신의 리듬에 맞게 치라는 것.

스윙리듬이 빠르면 빠른대로, 느리면 느린대로 그것을 유지해야 일관된
스윙이 나온다.

중도에 리듬이 깨지면 폼은 물론 스윙도 엉망이 되고 만다.

둘째 파는 못해도 더블보기는 될수 있으면 피하라는 것.

버디욕심은 무리를 초래하고 그것이 3퍼팅으로 이어지면 게임전체의 리듬
까지 깨진다.

셋째 어프로치샷은 그린 가운데를 겨냥하고 퍼팅은 홀을 지나치게 치라는
것.

둘 다 불변의 진리지만 골퍼들은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코어가
줄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원장은 경제전문가답게 "경제적으로 골프를 하는 법"에 대해서도 생각이
깊다.

티샷을 멀리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번째 샷을 얼마나 치기 좋은
곳에 보내느냐가 스코어메이킹에 더 관건이라는 것.

주말골퍼들은 코스에 상관없이, 전략도 없이 무조건 멀리 보내는데만 혈안이
돼있는데 그래가지고는 효과적으로 스코어를 낼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볼을 멀리 보내는 것은 힘이 아니라 클럽"이라고 전제, "티샷도
어프로치샷을 할때처럼 뚜렷한 목표를 정한뒤 하면 그만큼 다음 샷을 할때
쉬워진다"고 덧붙인다.

홀인원만 빼고 "고지"를 거의 밟아본 김원장.

그는 업무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라운드를 통해 말끔히 씻어버리며 내일을
위한 활력을 얻는다.

골프는 그가 건강을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 김경수 기자 ksm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