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나절에 커피를 서너잔 정도는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가 기호 식품으로 친근해진 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커피를 계속 마시지 않으면 일을 못한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고 나면 한잔, 일에 집중이 되지 않으면 한잔, 늘 이런
식이다.

하지만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 성분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은 대부분 간과해 버리는 것 같다.

습관적인 모닝커피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오전에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혈압이 올라가 있는
상태로 머물기 쉽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있는채 하루를 지내게 된다는 사실이
지난해 미국 듀크 의대 연구팀에 의해서 밝혀졌다.

이는 커피를 많이 마심으로써 인체가 하루 종일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 놓인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연구자들은 커피를 습관적으로 즐겨 마시는 72명을 2주일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커피 애호가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은 날보다 커피를 마신 날에
혈압이 높고 맥박도 빨랐다.

아드레날린 및 노르아드레날린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신체가 위험한 상황이나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즉각적
으로 반응하도록 돕는 호르몬이지만 장기간 분비될 경우 심장 박동을 촉진
하는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인공적인 스트레스를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기에 일상적인 생활 스트레스가 겹친다면 악영향이 가중될게 분명하다.

물론 일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는 정신적인 능력을 높여 주어진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들 호르몬에 노출된다면 혈관이 손상되고 면역체계가
약화되게 마련이다.

혈압은 조금만 상승해도 역효과가 상상외로 크다.

확장기 혈압이 5mmHg 정도만 높아져도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35%와 21%나 커진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그동안 커피의 유해성은 종종 발표돼 왔다.

하지만 듀크대의 연구는 기존 연구처럼 실험실에서 일회성으로 진행된게
아니라 일상적인 다양한 생활조건에서 주기적으로 혈압 맥박 스트레스
호르몬량 등을 측정하면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마니아들은 한번쯤 커피의 손익을 분석해 보아야겠다.

<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hshinsmc@samsu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