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방문중인 김대중 대통령이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은
진심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로써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범세계적인 네트워크 형성이
눈앞에 다가오게 됐는데 이는 오래전 아시아와 유럽간의 교역로였던
실크로드 개통에 비유할만 하다.

유라시아 네트워크가 완성되는 오는 2003년쯤이면 이를 통한 전자상거래
규모가 1조달러에 이르리라고 추정되는 것만 봐도 이 사업이 갖는 의의를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작업은 3단계로 추진될
예정이다.

우선 올해안에 시베리아에 깔린 광통신망을 통해 유럽내 연구기관간에
구축된 연구시험망인 TEN-155와 서울 대전간의 43개 연구기관에 구축된
연구시험망 KOREN을 서로 연결한다.

2단계로 오는 2002년까지 한.일, 한.싱가포르, 한.중,한.미간 광통신망을
서로 연결해 아.태정보통신망(APII)을 완성하고 마지막으로 이를 범유럽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연결함으로써 유라시아 네트워크 구축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유라시아 네트워크 구축사업이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즉 차세대 인터넷기술의 공동연구 및 전자상거래 보안시스템 개발을 통해
사이버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에 적극적으로 대비함으로써 우리가 21세기
지식정보산업사회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같은 정책방향은 당장의 이익추구 때문에 갈등을 빚기 보다는 미래의
시장을 키워 양쪽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또한가지 강조할 점은 상거래나 기술연구뿐만 아니라 문화교류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는 사실이다.

디지털 지식경제에서는 문화도 중요한 상품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국경의 의미가 퇴색되는 지구촌시대를 맞아 문화적으로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물리적인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인적교류 활성화 방안도 깊이있게 논의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같은 점에서 볼때 우리나라가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거점으로 부상하려면
인터넷 데이터센터의 확대, 대용량 서버구축과 같은 기술적인 지원보다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문화상품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결국 유라시아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이해득실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