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상품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간접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간접상품에 유입되는 자금의 양에 따라 증시수급 전반이 흔들리기도 하고
특정 종목 주가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간접상품의 수탁고는 기관의 자금을 움직이는 펀드매니저의 "총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신권 상품의 자금동향은 직접투자자에게도 큰 정보가 된다.

예컨대 코스닥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 향후 코스닥 시장에 투하될 기관자금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탁고가 줄어들면 주식시장에 앞으로 수급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장세전망도 엿볼 수 있다.

주식시장에 불안감이 만연하면 신종MMF나 신탁형 상품 등 단기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올들어 간접투자상품간에는 급격한 자금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소위 "뜨는 상품"과 "지는 상품"이 명확히 구분된다.

하이일드 펀드나 CBO펀드 등 신상품의 가세도 이런 변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각광받는 "4인방" =올들어 수탁고가 급증한 상품은 하이일드 펀드, CBO
(후순위채)펀드, 신탁형 상품, 신종MMF 등 네가지.

특히 투신권에 새로 등장한 하이일드 펀드와 CBO(후순위채) 펀드의 약진이
눈부시다.

하이일드 펀드는 올들어서만 4조원이상 증가해 현재 수탁고가 10조원을
넘어섰다.

올 2월초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CBO펀드에는 3조원을 웃도는 자금이
몰렸다.

대표적인 단기 상품인 신종MMF와 신탁형 상품의 수탁고도 크게 늘어났다.

신종MMF는 올들어 2조원 이상 증가, 수탁고가 20조원에 육박했고 한국투신
대한투신 동양오리온투신 등 3곳의 투신사에서만 판매중인 신탁형 상품은
지난해 연말에 비해 두배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두가지 단기상품의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거래소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증시에 대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이다.

<>가라앉은 상품들 =빛을 잃은 상품의 대표주자는 "장기 공사채형 상품".

지난해 대우문제가 불거진 이후로는 거의 개점휴업상태다.

수탁고는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재 50조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 유입도 저조하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는 양호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올 들어 전체 투신권의 주식형 수탁고는 8조원가량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하이일드 펀드와 CBO수탁고가 그 이상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이 두 펀드가 주식형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공모주이외에는 전혀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므로 증시의 수급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올해 새로 선보인 엄브렐러 펀드의 저조함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투자자 개인의 장세판단에 따라 7개 펀드를 마음대로 오갈수 있다는 장점은
아직까진 투자자들의 관심밖인 것으로 나타났다.

엄브렐러 펀드를 선보인 대부분의 투신사가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부 투신사의 경우 최근에는 오히려 수탁고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뮤추얼 펀드의 판매도 신통찮은 모습이다.

올 들어 10개 이상의 신상품이 시장에 고개를 내밀었지만 지난해 연말처럼
화끈한 실적을 올린 펀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 안재석 기자 yag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