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경로는 크게 두가지 방향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양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한 통상정책의 기조가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는 점이다.

다행히 이번 대선에서는 통상문제보다는 소득재분배, 정치, 교육 등
대내문제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통상문제를 언급할 경우 양 후보에게 이로운 점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 왔다.

문제는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는 연간으로 3천억 달러를 넘어서 미국
국민들이 감당해 낼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있다.

미국 국민들 사이에는 자유무역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양당 대결이 본격화될 경우 통상문제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바로 이런 연유다.

물론 앨 고어가 당선되면 대한 통상정책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집권시와 마찬가지로 기본방향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채널과 다른 한편으로는 301조와 같은 국내법 조치를 활용한 이원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방법에 있어서는 약속된 사안의 이행을 중시하는 결과중시형 통상정책
(result-oriented policy)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환경중시론자이자 전자상거래를 산업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앨
고어가 집권하면 클린턴 시절에 비해 환경보호나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통상마찰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부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한 통상정책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미국 국익을 중시하는 대외정책을 추진해 왔다.

과거 공화당 집권시에 통상마찰이 한미간의 경제현안으로 부각됐던 것이
관례였다.

결국 기본전략은 민주당과 동일하게 가져간다 하더라도 강도면에서는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외교안보 분야다.

특히 대북한 정책에서 있어서는 양당간의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미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한 정책기조인 페리 보고서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페리보고서는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미국과 일본, 한국이 공조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앨 고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은 현행 대북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나 부시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북한문제를
대처해 나갈 것이 확실하다.

특히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제재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