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상승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초만해도 배럴당 24달러(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선에 머물던 것이 7일
에는 34달러를 넘어서 두달여 사이에 40% 넘게 올랐다.

배럴당 10달러 안팎이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1년 사이에 2백40% 넘게
가격이 뛴 셈이다.

이제는 배럴당 35달러마저 위협하고 있다.

<> 국제유가는 왜 폭등하나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하루 산유량은 약 7천3백만배럴에 달한다.

그러나 수요량은 이보다 2백만배럴이상 많은 7천5백만배럴 안팎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공급이 부족해진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4월부터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은 당시 하루에 4백3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 이같은 감산
체제가 근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로인해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석유재고량은 2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기 전에는 공급부족을 해소하고 가격 폭등을
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OPEC의 증산 가능성은 =OPEC는 오는 27일 빈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감산
체제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로서는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증산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당초 감산조치를 주동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3개국이 산유량을 늘리자는 원칙에
합의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이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고유가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것 역시 OPEC
에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증산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 이라크 리비아 알제리 카타르 등은 4월 이후 증산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외부압력에 의해 산유량을 늘려서는 안된다며 노골적으로
증산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OPEC가 그동안 만장일치 결정을 선호해온 만큼 이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증산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관련, 세계에너지연구센터의 시장분석가인 쥴리안 리는 "OPEC가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증산 결정을 못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그럴 경우 유가가 배럴당 35달러선을 넘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향후 유가 전망은 =OPEC가 증산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배럴당 35달러를
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여름이 다가오면서 자동차용 휘발유
소비가 다시 늘어나 전체적인 원유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OPEC가 증산에 합의하더라도 증산량에 따라 유가 추이는 달라진다.

일부에서는 OPEC가 하루 1백만배럴 정도 증산해서는 유가 상승세를 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예측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석유수요는 하루기준
1백80만배럴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최소한 1백80만~2백만배럴은 늘어나야 유가가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하루에 1백70만배럴이 증산될 경우 유가는 오는 8월까지
25달러대, 연말까지는 23달러대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하루 증산량이 2백50만배럴에 달할 경우 유가는 오는 7월까지 23달러대,
연말까지는 17달러대로 각각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