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베를린 자유대학을 찾은 이유는 분단국인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48년
개교이래 동서독간의 화해와 협력, 독일통일에 앞장서온 역사적 사실 때문
이다.

여러분들이 먼저 성공적으로 이룩한 동서독 관계와 통일의 경험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소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

독일의 통일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함께 발전시켜온 서독 국민의 저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서독은 "접촉을 통한 변화"로 요약되는 동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
동서독간의 상호공존과 긴장완화의 틀을 구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련과 동구 공산권의 이해와 협력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적극적인 외교 등
서독의 대동독정책은 한국의 햇볕정책 추진에 귀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

하지만 2천억마르크면 된다던 통일비용이 10배 이상 들었으며 동서독간의
경제적 격차문제, 동서독인 사이의 심리적 갈등 등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동독 국민은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 만개했던 민주주의의 경험
이라도 있지만 북한 주민은 자유에 대한 어떠한 경험도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은 당장 통일을 추구하기 보다는
한반도에 상존하고 있는 상호위협을 해소하고 남북한이 화해 협력하면서
공존 공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와 남북간 화해 협력을 이루기 위해 베를린 자유대학을 방문한 이 자리를
빌어 다음과 같이 선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정부당국에 의한 투자보장협정, 이중
과세방지협정 등이 필요하며 민간경협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요청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둘째, 현단계에서 당면 목표는 통일보다는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이므로
북한은 우리의 화해와 협력 제안에 적극 호응하기 바란다.

셋째, 북한은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적극 응해야 한다.

넷째,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남북한 당국간 대화가 필요
하며 북한은 우리의 특사교환제의를 수락할 것을 촉구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