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만에 2천1백만달러를 받은 로버트 루빈 전재무장관이 시티그룹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26일이다.

그러니까 연말까지 2개월 남짓 일했다.

시티그룹이 지난 6일 증권관리위원회(SEC)에 신고한 자료에 의하면
시티그룹은 이 기간동안의 근무보수로 루빈에게 현금 주식 옵션 등을 포함,
총 2천1백만달러 상당을 지급한 것으로 돼있다.

우리 돈으로 2백5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돈이다.

너무 과도한 보수 아니냐는 평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다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받는 것 아니냐"는 게 미국인들의
반응이다.

공직자들의 "주테크" 문제로 시끄러운 우리 입장에선 루빈과 시티그룹간에
모종의 사전 합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의혹을 뒷받침할 뚜렷한 증거가 없는 한 얘기하지 않는 것이
미국인들이다.

미국 "공직자 윤리규정 (Ethics in Government Act) "은 공직자가 공직을
떠난 후 일자리를 위한 "사전계약"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이런 규정이 있고 또 이를 잘 의식하고 있는 루빈이 부도덕한
사전계약을 했으리라고 넘겨짚지 않는다.

우선 믿고 보는 것이다.

"이사회 의장"과 "회장실 임원"이라는 두개의 직함만 보더라도 루빈이
조직내에서 역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시티그룹은 존 리드 회장이 이끌던 시티코프와 샌디 와일 회장이
이끌던 트레블러스가 합쳐 최근까지 "한 지붕 아래 두 가장"을 모시던
회사다.

그러다 리드 회장은 최근 "금융회사에 사장 둘"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사임을 발표해 버렸다.

이제 와일 회장 혼자 세계최대의 금융그룹을 이끌게 된 것이다.

이미 나이 66세가 되었지만 교제의 범위를 좁히지 않고 있는 와일 회장은
카드업계의 거목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까지 시티그룹의 우산아래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는 게 미국금융계의 소문이다.

아직도 시티그룹이 추구하는 "메가 딜 (mega deal) "이 적지 않게 널려
있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루빈은 자기가 받는 보수 이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지
모른다는 게 이 곳의 추측이다.

그렇지 않고는 루빈이 받은 몸값 2천1백만달러를 설명할 길이 없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