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면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께"

프랑스 작가 브리야 사바랭의 <맛의 생리학>에 나오는 이 문장은 이 나라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탐미적 취향을 잘 표현해준다.

그는 또 "식사의 즐거움은 모든 나이,모든 여건,모든 나라 그리고 매일의 즐거움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유럽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는 음식도 문화의 일종이자 예술의 한 쟝르로 존재한다.

역사로 따지자면 이탈리아가 프랑스 요리의 뿌리지만 그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기술만은 어느 나라도 따라 갈 수 없다.

바게트 크로와상 등 서양식생활의 기본인 빵 또한 대부분 프랑스식 이름을 갖고 있다.

고소한 빵냄새가 진동하는 베이커리 주방에서 만난 레라루 티에리씨(서울 프라자호텔 델리 프라자 수석 제과장).넉넉한 몸집에 느린 말투,친근한 웃음을 짓는 그는 파란 눈만 아니라면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였다.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32개국에서 일했던 세계인으로서의 풍취 때문일까.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쏟아내는 보통의 프랑스인과는 거리가 멀다는게 첫인상이었다.

티에리씨는 프랑스 전통빵 바게트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바게트는 당분과 기름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밀가루와 소금 이스트만을 넣어 만든다.

20여분간 이 세가지 재료를 잘 반죽한 후 1시간 가량 숙성시켜 부풀어 오르게 한다.

이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 긴 막대기 모양으로 반죽하고 다시 40분에서 한시간 가량 기다린다.

그 다음 20여분간 오븐에서 구워내면 바케트 완성. 조리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만든 후 까다로운 심사조건이 기다리고 있다.

색상 바삭거림(crispy) 맛의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황금색과 갈색이 살짝 도는 윤기가 있어야 하고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속살은 부드럽고 맛은 담백해야 진짜 바케트라는 것이다.

여기에 버터를 넣은 크로와상,여러가지 향을 첨가한 브리오슈,부드러운 무스케익 등이 프랑스인들이 즐겨먹는 빵이라고 설명했다.

< Food & Culture >

미식가로 알려진 프랑스인.하지만 특별한 날 고급 레스토랑에서 정식으로 식사를 하지 않는 한 일반인들의 식생활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식비지출이 많지 않고 시간도 그리 투자하지 않는다.

특히 매일 하는 식사의 경우 더욱 그런 편이다.

점심으로는 샌드위치나 간편식을,저녁으로는 냉동 식품이나 완전 조리된 식품을 먹는다.

현대의 프랑스인들은 빨리 만들 수 있는 더 가벼운 식사를 원하기 때문이다.

고기나 소스,지방분은 덜 섭취하는 대신 유제품이나 가금류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는다.

시대가 변하면서 빵의 소비도 현저히 줄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20년에 프랑스인들은 하루에 평균 6백30g정도 먹었지만 1960년에는 2백90g,그리고 오늘날은 1백70g을 먹는다.

전통적인 바게트는 점점 밀기울이나 곡류 호두 건포도를 넣은 농가의 빵,호밀빵 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반면 냉동식품의 소비는 점점 늘고 있다.

프랑스가 세계 일류로 자부하는 포도주의 소비도 감소했다.

70년대에 비해 절반 정도만 마시는 대신 생산지 한정 고급 포도주 등 비싼 제품의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