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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6) 제1부 : 1997년 가을 <1>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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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성호는 이혼 조건으로 대해실업의 자기 소유 지분의 반을 내놓으라는 아내의 요구에 말문이 막혔다.

    문득 언젠가 결혼생활 초기에 부부싸움을 하고나서 어느 선배에게 하소연했을 때 그 선배가 한 말이 떠올랐다.

    여자란 절대로 만족시킬 수 없는 족속이라는 것과 여자에게 진실은 항상 역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혜의 말이라고 그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왜 아무 말이 없어요? 그깟 종이쪽지 내놓는 게 뭐가 힘들어요.

    당신한테 부담도 되지 않고.. 아파트는 필요없어요.

    "아내의 말이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너 미쳤어?" 진성호가 꽥 소리를 질렀다.

    대해실업의 주식 4.5퍼센트면 현 시가로 3백억 원 가까이 되는 거액일 뿐만 아니라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양도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미쳤다니요? 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이 커뮤니티 프라퍼티(Community Property, 공동재산)란 말 못 들어봤어요?

    캘리포니아에서는 이혼할 때 부부가 재산을 반으로 나누게 되어 있는 것 알고 있지요?"

    진성호는 수화기를 바닥에 팽개치려다 참았다.

    "그 대신 당신이 좋아할 약속을 할게요.

    당신과 그년을 간통죄로 고소하려고 했는데 안하기로 했어요.

    " 그년이란 인기모델로서 자신과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는 김명희를 의미함을 진성호는 알고 있었다.

    "고소를 하든지 안하든지 니 멋대로 해.전번에 내가 제안한 것 이외에는 한 푼도 더 줄 수 없어."

    진성호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앞으로 일주일 여유를 주겠어요.

    일주일 안에 아무 연락이 없으면 곧바로 저 나름대로 행동을 취하겠어요.

    " "무슨 행동을 취하겠다는 거야?"

    "당신과 그년을 간통죄로 고소할 거예요.

    그리고 그년을 모델계에서 영원히 추방시켜버리겠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있어요.

    당신이 대해실업 주가를 엄청나게 조작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이것도 증권감독원에 고발하겠어요.

    . 여자라고 너무 얕보지 마세요.

    인생을 망친 남자에게 여자는 남자보다 더 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 "너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실행하면 내 손으로 너를 죽일 거야. 아직까지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지만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야."

    진성호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가쁜 숨소리에 섞어 내뱉었다.

    "참 당신은 성질이 급한 게 약점이에요.

    지금 우리가 하는 대화가 녹음되고 있는 줄 모르세요? 내가 죽으면 녹음테이프는 아버지가 법정에 가지고 갈 거예요.

    " 이정숙이 나직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어린아이를 다루듯 말했다.

    진성호가 들고 있던 수화기를 바닥에다 팽개쳤다.

    주말에 미국 출장을 다녀온 후는 당분간 사업보다 이 문제부터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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