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달러라이제이션은 두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한 국가의 통화수요중 달러화 비중이 늘어나는 통화대체(currency substitution) 현상을 말한다.

현재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와 같은 중남미국에서 은행예금의 약 70%정도가 달러화로 거래되고 있다.

사실상 달러를 자국통화로 채택한 국가와 동일한 상태다.

다른 하나는 미국과 완전한 통화동맹(currency union)을 결성, 달러화를 법화로서 전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돈이 원화가 아니라 달러화가 된다는 의미다.

기존의 파나마와 이번에 에콰도르가 선언한 달러라이제이션이 여기에 해당된다.

달러라이제이션은 잦은 금융위기로 여러번 통화정책에 실패한 국가들이 선호한다.

경제안정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일단 달러화를 채택하면 독자적인 정책운용 여지가 줄어들어 물가가 안정되고 대외신인도가 올라간다.

대부분 미국과 달러채택 국가와의 금리차를 감안하면 금리도 하향안정된다.

일상생활에서는 환전비용과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반면 독자적인 화폐발행권이 없어짐에 따라 일종의 조세수입인 화폐주조차익(seigniorage)이 소멸돼 재정수입이 감소된다.

동시에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 상실됨에 따라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중앙은행에 의한 구제가 불가능진다.

그결과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도 높아질 위험이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예속이 심화됨에 따라 달러채택국의 경제주권이 상실되는 점이다.

이 문제 때문에 달러채택국들은 국민들러부터 인기가 급속히 떨어지는 어려움을 맞는 것이 관례다.

앞으로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인터넷보급이 확산될수록 영어공용화 문제와 함께 달러라이제이션 논의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각국의 금융시장이 또 한차례 위기를 맞을 경우 달러화를 채택하는 국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달러채택 논의가 일고 있다.

물론 세계질서가 빠르게 미국중심의 사회로 재편되고 있고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우리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가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달러채택 방안은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

문제는 달러채택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정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