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기된 "담배 소송"의 첫 재판이 10일 서울지법 557호 법정에서 열렸다.

흡연의 유해성을 둘러싼 길고 긴 법정분쟁이 시작됐다.

첫날부터 "피해자" 김모(57.농업)씨를 대리한 공동변호인단과 "가해자" 담배인삼공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흡연과 폐암간의 상관관계와 담배인삼공사의 불법행위 여부를 어떻게 입증하는 가에 달려있다.

담배인삼공사가 니코틴 타르 등 발암물질의 함유량 등을 제대로 표시했는 지도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담배인삼공사가 패소한다면 전국의 흡연 피해자들이 줄줄이 소송을 제기할 게 분명하다.

담배인삼공사는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만큼 양쪽의 신경전은 날카로울 수 밖에 없다.

<>피해자측 주장=배금자 변호사 등 원고측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서 "우리나라의 흡연인구가 1천2백40만명에 이르고 지난해 흡연과 관련해 사망한 사람만 3만5천여명"이라고 주장했다.

폐암 사망과 흡연 간의 집적접인 인과관계를 밝히는 외국의 각종 자료도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국가와 담배인삼공사가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며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인삼연초연구원에 대한 현장검증을 신청했다.

"연초연구원이 담배연기 속에 들어있는 20여종의 A급 발암물질에 대해 상세한 분석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배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국민들의 "무지"를 이용한 "악덕상혼"과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배인삼공사측 주장=법무법인 세종이 담배인삼공사의 변호를 맡았다.

박교선 변호사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일반화해서는 안된다"며 "흡연자들의 건강상태나 흡연량,흡연방식,개인별 유전적 요인 등에 따라 다른 영향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담배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닌 만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박 변호사는 "담배는 사람들의 기호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마약"이나 "유해물질"로 취급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또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지금까지 제기된 7건의 담배소송에서 원고가 이긴 것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이같은 사례는 "담배의 일반적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는 증거라고 내세웠다.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