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장품 전문 생산업체인 인천 남동공단의 동양기전(대표 엄기화).

공단의 많은 업체들이 제조산업의 위축으로 풀이 죽어 있지만 이 회사의 생산라인은 활기가 넘친다.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결실이 하나 둘씩 맺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기전이 신규 프로젝트로 추진해 온 독일 수출 건을 최근 성사시켰다.

하반기부터 독일 폴크스바겐(VOLKSWAGEN)사의 "골프(GOLF)"차종에 적용되는 와이퍼 모터시스템을 본격 공급키로 한 것이다.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폴크스바겐의 품질심사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결과였다.

국내 부품 메이커가 폴크스바겐에 1차 공급업체 자격으로 직수출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말까지 2백30만달러어치의 수출이 예상되며 내년부터는 공급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증된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폴크스바겐의 "루뽀(LUPO)"차종으로도 공급을 확대하는 협상이 진행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일본의 스즈키(SUZUKI)사에는 "케이(KEI)"차종에 적용되는 팬 모터를,포드자동차의 부품 공급업체인 미국 듀라엑셀(DURA EXCEL)사에는 파워윈도(자동여닫이창문)모터를 새롭게 수출키로 하는 협상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엄 사장은 "이같은 계약이 성사되면 지난해 70만달러 정도였던 자동차전장품부문의 직수출 규모가 올해는 대폭 증가한 6백9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선진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물론 기술력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또 빠트릴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은 독특한 기업문화다.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부가가치 성과배분제"가 대표적.회사가 극대화한 이익과 부가가치를 주주 경영자 종업원 등이 공정하고 사이좋게 나눠갖는 제도다.

분배비율은 경영진과 근로자측에서 각각 10여명씩 참가한 경영협의회에서 공개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확실한 투명성이 보장된다.

"이 제도에 대한 임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우리 모두 갖고 있다"(기획팀 성주란 대리) 이렇게 회사가 유리처럼 투명하게 운영되다 보니 설립이후 노사분규가 한번도 없는 이색(?)기업이 되고 말았다.

지난 88년에 한번 결성된 적이 있던 노조가 전사원의 합의로 자진 해산됐을 정도다.

"독서경영제"도 눈에 띈다.

지난 96년부터 전사업장의 직원들은 2개월에 1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있다.

승진시험을 보거나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독후감을 내도록 하고 있다.

독서량을 늘려 직원 개개인의 경쟁력부터 쌓겠다는 의지다.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사내에 자체 도서관도 마련했다.

4년간 1백여권의 책을 읽으면 졸업할 수 있는 "독서문화대학"도 운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원가절감 등 경영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횟수를 마일리지로 계산,해외여행 기회와 인사고과에서 혜택을 주는 "마일리지제"도 채택하고 있다.

회사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의식을 북돋우기 위한 이 제도는 경쟁력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동양기전은 파워윈도 모터,와이퍼 모터,팬 모터 등을 생산하는 자동차 전장품부문에서 국내 시장 선두를 다투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해외 선진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활발히 추진,글로벌 경쟁과 부품업체의 대형화 추세에도 대비하고 있다.

엄 사장은 "인터넷과 정보통신 산업의 붐으로 만연된 제조업 기피현상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준비하는 제조업체들의 몫이 될 것"이라며 경쟁력 향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1978년 설립된 동양기전은 지난해 전년과 비교해 33% 증가한 1천1백89억원의 매출과 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였다.

특히 자동차전장품 외에 유압기기 사업부문에서의 수출 물꼬가 트이면서 98년 5백41만달러 정도에 그쳤던 직수출 규모가 3.5배인 1천9백만달러로 늘어났다.

올해는 또다시 2배가 넘는 4천만달러 수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수출증가와 공격적인 내수시장 공략으로 올해 매출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1천5백억원,당기순이익은 8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02)2600-4322

서욱진 기자 venture@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