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씨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그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oh my news)의 "열린 인터뷰"에서 정치적 포부의 일단을 피력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고 다음 대통령선거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원장 직함을 가지고 충남 논산.금산 선거구에 출마한 이 위원장은 지금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대통령 예비선거"를 치르고 있는 듯 보인다.

그는 선대위원장이기는 하지만 당내기반이 거의 없다.

이번 후보자 공천에도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

가진 자산이라고는 지난번 대선에서 5백여만 표를 받았다는 사실뿐이다.

그것도 경선 불복종에 대한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고서 얻은 자산이다.

이인제씨가 다시 한번 대통령 자리에 도전하려면 먼저 당내 경쟁을 거쳐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야 한다.

또다시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한다면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가 민주당의 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은 압도적 다수파인 동교동계의 "간택"을 받는 것 뿐이며,이렇게 하려면 이번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어 대통령의 신뢰를 얻고 자신의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인제씨는 지금 정확히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럼 이 위원장이 택한 전략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말해서 지역주의 전략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자기가 만든 민주신당 후보로서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른 득표를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그는 전국적 지도력을 구축하는 길을 버리고 일단 지역적 지도력을 확보함으로써 동교동계의 간택을 받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명색이 여당의 선대위원장인 사람이 제일 먼저 30여 년만에 고향의 어른들게 인사를 드린 다음 충청도의 인접 선거구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가 JP를 "지는 해"로 규정하고 자신을 "뜨는 해"라고 선언하는 마당에서 지지자들은 "충청도 대통령 이인제"를 연호했다.

이인제 씨는 지금 충청도 출신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새로운 지역연합을 목표로 뛰고 있는 것이다.

그가 추진하는 지역연합은 "지역등권론"을 이데올로기로 삼은 DJP 연합과 달리 "세대교체"라는 예쁜 포장지에 싸여 있다.

박정희를 산업화 시대 지도자로,YS와 DJ를 민주화 시대 지도자로 치켜 세운 다음 자신을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지도자"로 자리매기는 것이다.

고객의 눈길을 충분히 끌만큼 멋진 포장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안에 든 "물건"이 과연 포장과 일치하느냐는 의문이다.

아직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잠정적으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새로운 지도자"라고 주장할 뿐 무엇이 어떻게 새로운지를 보여주는 데까지는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도 유망한 "차세대 지도자"에게 흠집을 내려는 못된 심사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가 아직 "뭔가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일 뿐이다.

알다시피 이인제씨는 87년 4.26 총선에서 YS의 통일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90년 3당 합당 때 YS를 따라 여권으로 노동부장관과 경기지사가 됐다.

그는 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뛰어난 언변과 당찬 이미지로 얻은 높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풍을 일으킴으로써 일약 대중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다시 말하건대 그는 아직도 자신의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정희 흉내내기"와 "충청도 대통령론"은 눈앞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는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는 그를 둘러싼 정치적 거품과 경선 불복의 "전죄"에 대한 의구심을 씻어낼 수 없다.

이런 의구심을 씻어줄 의무는 이인제 씨에게 있다.

시사평론가/성공회대 겸임교수 denkmal@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