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69)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 활황을 기록한 지난해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벅셔하서웨이는 수익이 42%나 줄었다.

벅셔하서웨이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말 주당 5만6천1백달러이던 것이 10일 현재 4만1천3백달러로 26%나 떨어졌다.

지난 98년 말에 비하면 40% 이상 추락한 셈이다.

이 때문에 그는 세계 갑부 순위에서도 4위로 밀렸다.

손정의(일본명 손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자리를 내준 것이다.

버핏 회장은 10일 발간한 사보에서 "회장 재임기간중 최악의 경영실적을 올렸다"고 사과하면서 "경영실적이 부진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시인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버핏이 중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인터넷으로 퍼지기도 했다.

이 소문은 가뜩이나 약세를 면지 못하고 있던 벅셔하서웨이 주가를 더 끌어내렸다.

버핏이 죽을 쑤고 있는 것은 그의 투자 패턴이 월 스트리트의 유행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카콜라와 질레트 등 블루칩(우량주)을 선호해 포트폴리오를 짤 때 이들을 대거 편입시킨다.

최근 손대고 있는 주식도 가구와 출판 보험 등으로 월가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신경제"와는 거리가 먼 업종들이다.

버핏은 올들어서도 코카콜라와 질레트 워싱턴포스트 GEICO(자동차 보험회사) 제너럴 레(세계최대 재보험회사 가운데 하나) 등을 대거 매입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값이 크게 떨어졌거나 약보합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잇달아 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채권투자에서도 손실을 입었다.

한때 그의 보수적인 투자원칙과 포트폴리오는 월가 투자자들의 교과서였다.

이 때문에 그가 샀다는 소문만으로도 해당 종목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그의 포트폴리오는 아마추어 투자자들에게도 무시당하는 형편이다.

월가의 패션이 바뀌지 않는 한 그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버핏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